그림212 장평2길 담장 사이 하나의 공간일까 아니면 다른 공간일까. 동물원의 원숭이는 관람객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담장 안이 자기의 공간이라고 아니면 그 반대일 것이라고 세상사 담장을 허물면 될 것이다. 시골집에 대문을 떼어버렸다. 담장도 허물고 싶었다. 어르신들 대문은 있어야 혀. 했다. 그래서 방부목으로 낮은 대문을 설치하였다. 제주도의 정낭처럼 대나무 작대기 하나만 걸치고 싶었다. 누군들 솟을대문을 들이고 싶었겠다. 이 집도 솟을대문을 들였다. 그 영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대문은 주저앉았다. 담장 안을 볼 수가 없다. 모습이 궁금하여도 볼 수가 없다. 대문도 굳게 닫혀 있다. 키 높이의 담장은 세상을 단절시켰다. 각자의 세상에서 단절을 꿈꾸며 갇혀있다. 양철 쪼가리를 이어 붙인 지붕은 틈이 벌어지고 있다. 녹도 번지고.. 2023. 11. 29. 몽블랑 149 집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월하정인은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반신욕기 위로 몽블랑이라 쓰인 종이 가방이 보인다. 헉 진짜로 주문하였다. 만년필의 끝판왕 몽블랑을 겁도 없이 주문한 월하정인 직진본능은 대단하다. 몇 주전 결혼기념일 선물을 물었다. 라이카란 말은 하지 꺼내지 말란다. 사준다고 하여도 몇 번을 거절하였다. 천만 원에 가까운 카메라를 사기는 그 쓸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자 만년필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어느덧 만년필 수집가가 되었다. 무슨 만년필 하니 무심코 몽블랑 149를 꺼냈다. 백만 원이 넘는 고가이다. 그리고 나에겐 145, 146이 있다. 고이 모셔두고 있다. 149가 들어오면 완성되는 조합이니 내심 갖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백만 원이 넘는 필기구를 쓰겠는가. 그래서 나에게 없는 브랜드.. 2023. 11. 23. 태백 도계1터널을 지난다. 화려했던 탄광촌은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지만 부대끼는 동질감을 얻는다. 내 어릴 적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다. 나에게만 보이는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길 바라지만 나는 삶이 보이는 그림이 좋다. 남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그곳이 삶의 원천이다. 굴곡진 삶 그곳이 천국이다. 슬픔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비탈진 그곳이 삶의 터전이다. 다들 좋은 것만 추구한들 누가 초라한 삶을 살 것인가. 그곳은 멸망이며 사람 사는 공간이 아니다. 노동의 대가를 치러야만 사회의 일원이다. 직업의 귀천도 방임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23. 10. 5. 논곡길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덥다고 춥다고 바람이 불어서 비가 내려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걷는 것을 포기한다. 그곳에 뭐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여행의 길목에서 얻는 것과 버리는 것을 찾아가는 만족감에 돌아봄이다. 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려고 애쓰는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 또 다른 삶이 있기에 오르고 또 오른다. 막다른 골목에서 허망하게 되돌아 내려갈지라도.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대지 않는다. 논골담길에는 빈집들이 많다. 한 집에 강원도 한 달 살기라며 임대를 놓는 집도 있다. 차가 드나들 수 없는 골목에 누군들 한달살이 체험을 할 것인가. 그래도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그지없다. 산불의 피해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이곳이 제주에 온 것 같은 풍경이다. 2023. 9. 26. 이전 1 2 3 4 5 6 7 8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