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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월하정인은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반신욕기 위로 몽블랑이라 쓰인 종이 가방이 보인다. 헉 진짜로 주문하였다. 만년필의 끝판왕 몽블랑을 겁도 없이 주문한 월하정인 직진본능은 대단하다.
몇 주전 결혼기념일 선물을 물었다. 라이카란 말은 하지 꺼내지 말란다. 사준다고 하여도 몇 번을 거절하였다. 천만 원에 가까운 카메라를 사기는 그 쓸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자 만년필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어느덧 만년필 수집가가 되었다. 무슨 만년필 하니 무심코 몽블랑 149를 꺼냈다. 백만 원이 넘는 고가이다. 그리고 나에겐 145, 146이 있다. 고이 모셔두고 있다. 149가 들어오면 완성되는 조합이니 내심 갖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백만 원이 넘는 필기구를 쓰겠는가. 그래서 나에게 없는 브랜드 오로라를 이야기하였다. 오로라도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현재 50% 할인 중이다. 그리고 사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신 몇 년 후 라이카를 사달라고 하였다.
월하정인은 1년 전부터 직장 동료들과 적금을 넣었다고 했다. 통 크게 한방에 몽블랑 149를 주문하였단다. 포장지를 뜯어 B5 크기의 상자에 가로로 누운 149가 통통하게 누워있다. 기존 145와 146의 크기와 비교된다. 육중한 몸매를 가진 유선형 몸체는 내 손에 감기였다. 피스톤 창에 잉크를 넣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쓸모를 걱정하여 고이 모셔두었다. 아마 퇴직하면 달아질 정도로 쓰려고 한다.
월하정인 애끼면 똥 되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