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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장평2길

by 허허도사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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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사이 하나의 공간일까 아니면 다른 공간일까. 동물원의 원숭이는 관람객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담장 안이 자기의 공간이라고 아니면 그 반대일 것이라고 세상사 담장을 허물면 될 것이다. 시골집에 대문을 떼어버렸다. 담장도 허물고 싶었다. 어르신들 대문은 있어야 혀. 했다. 그래서 방부목으로 낮은 대문을 설치하였다. 제주도의 정낭처럼 대나무 작대기 하나만 걸치고 싶었다. 누군들 솟을대문을 들이고 싶었겠다. 이 집도 솟을대문을 들였다. 그 영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대문은 주저앉았다.

담장 안을 볼 수가 없다. 모습이 궁금하여도 볼 수가 없다. 대문도 굳게 닫혀 있다. 키 높이의 담장은 세상을 단절시켰다.

각자의 세상에서 단절을 꿈꾸며 갇혀있다. 양철 쪼가리를 이어 붙인 지붕은 틈이 벌어지고 있다. 녹도 번지고 있다. 뒷집 녹슨 난간은 옥상으로 향했다. 대파와 들깨가 자라고 있다. 누군가의 발자취는 남아있었다. 수도원처럼 조용하던 그 집도 살아있었다. 슬레이트 지붕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안이 훤하다. 그 너머 붉은벽돌에 청기와 지붕은 화려했던 시절만큼 단정하다.

우직스럽게 버티고 있는 벽오동 한그루 절반이 잘려 나가도 다시 자라고 있다. 그 옆 일본목련도 질세라 담장을 넘어 지붕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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