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205

봄비 오는 날 2024. 4. 17.
올레길에서 2024. 4. 17.
나무 우리 밭은 개울가에 접해있다. 팽나무 한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느티나무는 개울 가운데 자라고 있어 우리 밭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그렇다. 그 나무는 2년 전 마을에서 30만 원을 받고 토목업자에게 팔렸다. 100년 정도 되는 나무가 30만 원이라니 서글프다. 개울 건너 언덕에는 500년 묵은 당산나무가 있다. 그 또한 느티나무다. 오래전 태풍에 몸통 한쪽을 잃었다. 누군가는 가끔 찾아와 그 아래 제단을 만들고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 보름이면 당제를 올리고 금줄을 쳤다. 지금은 당제를 올릴 젊은이들이 없어 그만 멈췄다. 그리고 속이 비어 벌도 드나들고 있다. 수술받은 흔적이 있고 한쪽 팔은 깁스도 하고 있다. 그 주변 새끼 나무들이 자라고 조그만 숲이 되었다. 그 사이 이팝.. 2024. 3. 21.
미진이용원 이발소가 이용원으로 바뀐 지 언제일까? 이발소 하면 목욕탕이 떠오른다. 새벽 찬 공기 속을 가르며 뿌연 탕 속에서 몸을 불려 때를 밀고 다시 아침 찬 공기를 마시며 돌아올 때 이발소로 향한다. 첫 기억은 흰 가운을 입은 이발사가 판때기를 의자에 걸치고 올려 앉혔다. 흰 천을 목에 감았다. 너무 꽉 죄어 목이 아팠다. 고개를 젖히고 바리깡으로 밀었다 차가운 금속 피부에 닿자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사각사각 금속가위 소리에 귀가 자극했다. 타일로 마무리된 수조에 머리를 숙이고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겼다. 양철 조리로 물을 뿌리며 빡빡 치대었다. 중학교 때 상고머리를 할 때 겨울 뒤 봄날이 찾아오는 계절 뒤통수가 시렸던 그날도, 위병소 앞 허름한 이발소에서 머리를 빡빡 밀고 아버지의 배웅을 받고 입소하던 날,.. 2024.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