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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

순천만 화포

by 허허도사 202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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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화포로 향했다. 폭염은 태풍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으나 바람 끝이 서늘하게 변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더웠다. 구름이 잔뜩 끼어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바람도 불었다. 남풍으로 순천만으로 향하는 길 맞바람에 자전거는 더디었다. 오후 5시경 비 예보가 있다. 하늘은 멀쩡하게 보였다. 순천만습지센터를 지난다. 무더위에도 즐길 사람들은 즐긴다. 푸른 갈대밭을 보러 외진 곳까지 찾아왔다. 무진교 위로 탐방객들이 개미처럼 줄을 잇고 있다. 순천만 제방을 따라 달리는 길은 비포장이다. 드르럭 타이어와 부딪치는 자갈들이 튕겨 나간다. 대대들은 초록 바다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도 잘 자라고 있다. 바람에 너울진다. 장산을 지나 화포로 달린다. 우명 앞 바다는 갯골이 드러나 있다. 멀리 물러난 바닷물에 뭍 생물들로 따라 사그라졌다. 잿빛 바다는 그만 하늘과 경계가 무심하다. 화포항이다.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마셨다. 평상에 누워있는 주민이 말을 붙인다.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냐며 농을 친다.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지요 했다. 나이가 들면 옛일을 안주 삼는다. 나에게는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한바탕 지껄인다.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마지막 한 모금 드리키고 되돌아간다. 돌아가는 길 빗방울이 비친다. 앵무산 뒤로 먹구름이 걸치고 뇌성이 점점 가까워 진다. 알림 문자에 호우주의보 발령이 내려진다. 광목 고속도로 교각 아래 비를 피해 본다. 한참 비를 구경하다 잠잠해지자 비를 맞고 달렸다. 질퍽하게 젖은 옷은 달라붙고 빗물은 옷을 따라 신발 속으로 스며들었다.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 비를 맞으니 더웠던 몸이 식어 시원하게 다렸다. 물장구를 치며 노는 어린아이 같이 달렸다. 나만 좋았으리라 지나가는 자동차에서 어떻게 보였을까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착하니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온몸이 젖고 손발이 퉁퉁 불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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