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62구간은 별량 화포에서 벌교 부용교까지 24.9km다. 그중 일부 구간을 걸었다.
별량 용두마을에서 출발하였다. 다시 돌아올 교통수단을 생각해서 그랬다.
하늘은 잿빛 하늘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그리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주변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걷기만 하였다.
용두마을에서 구룡사로 그리고 농로를 따라 걸었다. 무채색의 논과 밭에 이어 갯벌까지 그리고 하늘도 그랬다. 생명이라고는 갯벌 위에서 먹이를 구하는 물새들 뿐이다. 뻘배도 그대로 멈춰있는지가 오래다.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걷는 것도 고되다. 주변의 풍광이 아름다웠다면 그리고 먹거리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보이는 건 논과 바다다. 텅빈 새우양식장에는 오리들이 놀고 있다. 길은 동막교에서 단절되어 구룡마을로 돌아간다. 국도 2호선 아래를 통과해 별량농협창고를 지난다. 그리고 철도건넉목을 건너 구룡마을이 보인다. 동초교를 지나자 다시 농로길을 걷는다.
동막2교를 지나면 순천에서 벌교로 넘어간다. 시커먼 발바리 한 마리가 격하게 반겨준다. 이를 허옇게 드러내며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남파랑길 이정표는 현 위치를 표기하지 않는다. 그저 종점과 시점 거리만 표기하고 있다. 동막2교를 지나 마을끝에서 62-2코스의 시점이란다. 부용교까지 거리는 8.9km 계속 걸었다. 길은 여전히 콘크리트 길을 걷고 있다. 방파제 위는 바람이 매몰차다. 월하정인 외투에 달린 모자를 동여매어 눈만 보이다. 어떻게 보여 묻는다. 미니언즈 같다고 했다.
멀리 호산마을이 보인다. 해가 잠시 밝게 비추더니 이내 구름에 갇혀 버렸다. 빠금살이펜션을 지나자 고속도로 교각이 보인다. 그리고 야영장에 텐트가 가득하다. 추운 겨울에도 야영을 즐긴다니 대단했다. 장양항을 지나 갯벌위 데크길을 지나자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바람이다. 10km를 지나자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월하정인 그러거나 말거나 한 번도 쉬지 않고 걷기만 한다.
갯골이 깊게 드러나 있다.
쟁동마을을 지나자. 길은 황금측백나무가 심어진 길을 걷는다. 멀리 벌교 시내가 보인다. 벌교스포츠센터를 지나자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한둘 지나간다.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도 활기차다.
드넓은 갈대밭은 푸석하게 변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중도방죽을 지나 철다리를 건너니 길의 종점 부용교가 보인다.
부용교를 지나 붕어빵에 어묵꼬치를 먹고 잠시 쉬었다가. 88번 버스를 타고 용두마을로 돌아왔다. 13.6km 3시간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10분도 안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