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담길
하루 종일 비가 온다.
비가 오니 드라이브나 할까. 차를 몰았다. 월하정인 산동으로 가자고 한다. 구례를 지나는데 옛 휴게소 자리 카패가 들어서 뷰 맛집이라 소문이 났단다.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산수유문화관에 도착 주차를 하고 산수유꽃담길을 걸었다. 반석마을로 들어서 대유마을에서 서시천을 건너고 대평마을을 돌아 걸었다.
비에 젖은 산수유는 벌서 빨간 열매를 달고 있었다. 붉은 산수유를 보면 생명과 가난이 동시에 떠오른다. 아마 책에서 읽었던 시 때문일 것이다.
이끼가 낀 돌담 너머 고령의 산수유나무는 껍질을 벗어도 또 벗고 있다. 함석지붕 위 감나무 열매가 텅 하니 떨어진다. 붉은 산수유 열매만큼 붉어진 감도 천시를 받는다. 마당에 뒹굴고 있는 홍시 하나 돌담 위에 올려놓았다.
한여름 수십 명이 누워 잠을 청했다는 반석 위를 흘러가는 서시천은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이곳은 전에도 지나갔는데 하는 월하정인 햇볕 좋은 양지에 앉아있는 노파에 안부를 물었지 아직도 살아계시는지 한다.
집은 단장되어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시인의 집도 화려한 장식만 남았다. 묵묵히 흘러가는 서시천을 따라 산수유문화관으로 되돌아왔다. 가을에 걷는 길도 좋았다.
차를 몰아 상위마을을 돌았다. 아래로 운무가 자욱하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안된단다. 화려한 집들로 우리가 살기에는 벅차 보인다.
오는 길에 민속품 경매장에 들렸다. 주칠된 빗접이 백삼십만원이란다. 거북이 잠금 장치가 온전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월하정인 사준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금액의 곱절이다. 대신 투박한 서안을 사고 싶었다. 사십만원이란다. 다음에도 진열되어 있으면 구입할까 한다. 하지만 쉽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