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지난 4월 거차마을 이후 장거리다. 오늘도 바닷가 해안선을 바라보며 달렸다. 40km나 떨어진 섬달천을 찍고 돌아왔다.
봉화터널을 넘는다. 100 고지도 안 되는 작은 언덕은 언제나 힘에 부친다. 추석 연휴로 이어 지지만 도로는 한가하다.
동천으로 이어진다. 하늘은 가을 물색에 흠뻑 젖었다. 벚나무 잎은 누렇게 변하고 바람에 떨어지고 있다. 국가정원을 돌아 해룡으로 이어간다. 선학들은 노랗게 물들어 추수를 앞두고 있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였다.
농주마을로 들어서 순천만 갯벌과 마주한다. 붉게 물들어야 할 칠면초가 보이지 않는다. 그 면적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갯벌에는 농게와 짱뚱어만 뒤척인다.
와온마을이다. 최근 와온이란 카페가 생겼다. 조용한 어촌마을이 시끌벅적하다. 3층짜리 건물로 투박하지만 창이 시원하게 바다를 향하고 있다. 요즘 창밖 풍경이 좋은 곳을 찾는다고 한다. 와온은 노을로 유명한 곳이다. 해질녘 바라보는 풍경이 유리창에 스며들겠다.
자동차는 주차장과 도로 주변에 어지럽게 정차해있다. 갯벌에는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하고 있다.
와온을 지나 상봉으로 향한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해안 데크길이 조성되었다. 여자만갯노을길이란다. 두봉마을까지 1km 정도 이어진다. 바다 위 하늘길을 달리는 기분이다. 그길은 길지 않아 끝이나고 논.밭을 따라 두봉마을에서 소뎅이로이어지는 길을 농노를 따라 달린다. 산골마을 풍경으로 바뀐다. 다락논들이 펼쳐지며 조며 수수며 밭작물들이 썩여있다. 그 길을 벗어나니 익숙한 길이 나온다. 소뎅이 가는 길이다.
소뎅이길을 따라 봉전마을로 들어서 반월마을에서 장척으로 여수자전거길과 만났다. 방파제에는 문저리 낚시를 하는 이들이 간간이 보이며 아예 차박을 하는 가족도 보인다.
해가 바뀌기도 전에 해안가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경치 좋은 곳에는 카페와 펜션이 생겼다. 소멸과 생성이다. 자연은 인공 구조물로 변하고 언제 그랬다는 듯 그곳에 있었지 하며 자리를 잡는다.
궁항을 지나 쭉 뻗은 도로를 타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내려간다.
섬달천이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다. 도로 끝까지 들어갔다. 도로와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 찼다. 새로 생긴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이들과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대조적이다. 또한 오수 방류 문제로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악취가 심했다. 상생의 결과는 문제의 해결이지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오던 길을 다시 오니 왼쪽 무릎이 아파 온다. 와온에서 월하정인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 도착하냐고 이곳까지 왔으면 했다. 집에 도착하니 80km가 넘었다. 왜 죽자고 달리냐고 한 소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