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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시골집 풍경

by 허허도사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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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절정에 오른 듯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폭염에 산속이지만 문을 열기가 겁난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마당을 통해 들어온다. 올해만큼 소나기를 그리워해 본적도 없다. 비 소식은 어김없이 예상을 빗나갔으며 하늘의 먹구름은 능구렁이 담 넘듯이 산을 넘어간다.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야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이 움직여야만 하는 나는 마당의 풀을 메고나니 온몸이 젖어버렸다. 그리고 오늘도 아랫마을까지 걸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고무신을 신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재들은 뭐지 하겠다. 계곡은 가뭄에 돌들만 허옇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물은 맑았다. 계곡을 찾는 이들이 예전만 못하지만 구석구석 잘도 찾아온다. 아랫마을은 코로나19가 뭐시다냐 하며 좁은 계곡을 꽉 메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질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확진 소식은 없으니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한적한 시골에 이만한 볼거리도 없을 것이다.
밭에 심어놓은 호박이 가뭄에 잎이 타들어가고 풀들은 그네들 세상처럼 세력을 확장 중이다. 더워서 예초 작업도 못하겠고 마을 입구에 있는 밭을 보면 게으르다 하겠다. 그러면 초보 농사꾼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겠다. 개울을 건너니 물이 차다. 산속에서 바로 내려오는 물이라 시원하다. 평상을 깔고 시원한 바람에 신선놀음 하면 참 좋겠다. 불멍, 물멍, 구름멍도 있겠다.
오늘도 하율이는 찾아왔다. 월하정인 전어구이와 회무침이 먹고 싶다고 하니 한 세트로 준비해 왔다.
다음날 월하정인과 물고기를 잡으러 족대와 피리통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적당한 곳에 피리통을 설치하고 깊은 곳에서는 족대로 물고기를 훔쳤다. 족대는 효과적으로 피리들이 들어왔다. 큼직한 것을 골라 잡고 잡으니 제법 잡혔다. 돌아와 손질하여 도리뱅뱅을 하였다. 기름을 듬뿍부어 바싹하게 튀기고 고추장에 다진마늘 넣어 올리고당과 매실액을 넣어 적당히 썩어 발라주었다. 방앗잎을 잘게 썰어 올리니 방아향이 적당히 올라와 맛이 가미되었다. 매콤달콤한 도리뱅뱅에는 소주가 제격이다. 낮술을 한잔 하며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시골집을 나섰다.

고택을 무너뜨리고 새집을 지었다. 다들 기존 시골집을 고치며 살지 했다.



용오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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