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장마는 하루 반짝 집중호우로 끝이 났다. 그리고 비 소식은 있었으나 한두 방울 내리고 순식간에 지나갔다. 소나기라고 하기도 거시기한 순간이다. 굵은 빗방울로 흙냄새가 피어오르는 그런 날은 없었다.
주말에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그래서 산에도 못가고 시골집에서 아랫마을까지 걷고 올라왔다. 가뭄은 계속되어 밭작물들은 노랗게 타들어 간다. 고추는 탄저병으로 고사하는 곳도 있다. 하늘에 먹구름이 피어올랐으나 빗방울은 땅을 적시지 않고 호랭이 장가다 마는 듯 했다. 그 덕에 후덥지근하게 땅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그러든가 말든가 계곡에는 외지인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물이 말랐지만 계곡은 투명하고 맑았다. 살이 오른 물고기들이 분주하다. 낚시를 하고 다슬기를 줍고 튜브를 타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아마 고무신 신고 터벅터벅 내려가는 우리가 우숩게 보였을까. 아랫마을까지 내려오니 어찌 올라갈까 한다. 다시 터벅터벅 올라갔다. 월하정인 올라가는 차가 없나 연신 뒤를 보지만 오늘따라 내려가는 차는 보여도 올라가는 차를 만나지 못했다.
길섶에는 백일홍, 무릇, 참나리가 피고 있다.
어제는 책장을 조립하였다. 얼마나 더웠던지 땀으로 윗도리가 흥건하게 적시고 더위를 먹었는지 머리가 띵하고 만사 귀찮아졌다. 당분간 일은 멀리해야겠다.
밭에서 호박이 늙어간다. 다섯 덩이를 따고 집에서 가지 셋, 그리고 각종 고추를 땄다. 고추에는 진딧물들이 꼬이기 시작해 농약을 살포하였다. 사과나무 잎이 떨어져 그나마 달려있던 사과가 떨어질까 걱정이다. 올해도 사과는 먹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