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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12

갈마길 담은 화려한 꽃 그림으로 단장하였지만 여전히 좁은 골목길은 하늘과 맞닿았다. 한사람 겨우 지나가는 고갯길은 고행의 수도승처럼 아무 생각 없이 올라야 한다. 그곳에 도착하면 숨도 멈춰 평온이 찾아온다. 도심 밖으로 나가는 길은 각종 소음에서 해결된다. 기계음에 듣지 못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숲에서 바라본 시가지 풍경은 한 폭의 파노라마다. 그래서 누군가는 저 높은 곳에 육중한 소나무 한그루들 들어 집을 지었다. 2023. 2. 9.
1937 원도심에는 가정집을 개조하여 카페, 꽃집, 식당 등을 영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간판도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골목 안쪽으로 주변 풍경과 어울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래된 노포 광명당한약방 옆 모밀우동집은 1937년 아닌 최근에 개업한 우동집이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귀뚜라미 보일러 네온간판을 그대로 간직한 퓨전음식점이 있다. 다들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요즘 세대들은 맛집 탐방에 진심이다. 서서 기다림도 개의치 않는다. 기다림 끝에 맛보는 맛은 어떨지 나는 아직 그 음식들을 맛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차도 다니지 않는 골목 깊숙이 자리를 넓혀가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곳은 은밀함을 좋아하는 청춘들이 나비와 벌이 되어 찾고 있다. 최근 옥리단길이라는 별칭으로 어둑한 골목길이 따뜻해지니 또 다른 풍경이.. 2023. 2. 3.
오래됀 것들 언제부턴가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붕어가 달린 풍경에서 밤을 밝히는 호롱과 호야, 그림을 그리겠다고 붓과 벼루, 연적과 붓통 등 문방사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아끼는 것은 카메라다. 롤레이35 시리즈부터 오래된 자바라와 박스 카메라까지 한 달에 한두 번은 택배상자가 문앞에 있다. 어김없이 나의 물건들이다. 그리고 소리를 좋아해 진공관앰프와 턴테이블도 있다. 또한 목공을 준비한답시고 대패와 끌, 먹통을 모았다. 쓰기나 할는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것도 병이다. 집착이다. 그만해야지 하면 어느새 중고거래사이트를 훔치고 있다. 사치가 아닌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병도 아니겠다. 값나가는 물건은 고사하고 짝퉁과 고장 난 물건들이 주를 이루니 나도 중고 인생이다. 원도심이.. 2023. 1. 31.
야은슈퍼 장성호 수변길을 걷고 돌아오는 길 황룡교을 건너 회전교차로를 지나자 차들이 줄을 지어있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아들이 빵집이라고 한다. 빵이 얼마나 맛있으면 길을 멈춰 섰는지 우리도 차를 돌렸다. 베이커리카페 그림이다. 나는 맞은편 노란색 칠을 한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옐로우시티에 걸맞게 노란색 벽에 노란색 지붕을 하고 있다. 젓갈, 통닭, 홀딩스 간판을 달고 있는 재미난 풍경이다. 길을 멈춘 것은 빵도 아니었다. 지역 막걸리를 사려고 하였다. 다행히 빵집 건너편에 슈퍼가 있어 막걸리를 3병을 구매하였다. 월하정인은 바가지를 썼다고 볼멘소리다. 한 병에 2천 원이나 받았다고 한다. 보통 1천5백 원인데 하며. 특이한 건 이곳이 식도락 맛집 미락마을이라고 간판에 적혀있다. 주변을.. 2023.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