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솔봉

마고실마을 – 선바위 – 솔봉 – 동해마을 12km

어쩌다 보니 같은 도로를 3일 연속 달리게 되었다. 황전에서 구례 동해마을을 지나 마고실마을 두꺼비다리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강풍주의보와 한파주의보 안전문자가 울렸다. 차에서 내리니 눈이 내렸다.

사실 자전거를 탈까 했다. 아파트 베란다 너머 히말리아시다가 춤추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강풍에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서다.

마고실 마을에서 출발하였다. 마을을 빠져나와 임도를 타고 계속 걸었다. 칼바람에 귀가 먹먹하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산기슭 잎 떨군 잔가지들이 역광에 바늘처럼 도드라지고 계곡의 물은 얼었음에도 물소리는 들렸다. 길은 곧지 못하고 지그재그 계곡을 넘어 이동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을 받는 통이 보여 마실까 하다 그냥 지나쳤더니 그게 마지막이었다. 월하정인 못내 아쉬워했다. 밭에는 깔끔하게 전정된 매실나무와 등껍질이 굵어진 감나무와 밤나무가 그리고 두릅나무까지 다양하다.

중턱에 이르자 소나무 숲으로 바뀌고 지난번 산행 때 보였던 어린 편백나무가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랐다. 벌써 4년이 흘렀다. 시간의 흐름이 빨랐다.

선바위가 보였다 사라졌다. 굽이굽이 산은 깊이 올랐다. 선바위입구 이나무에 빨간 열매만 남아있다. 데크길을 따라 선바위로 접어드니 부서지는 데크가 음침하게 변해버렸다. 선바위를 바라보니 여전히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고사될 것 같은 그곳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바닥에는 수십 년을 버티고 있던 부처손이 떨어져 뒹굴기에 배낭에 담았다.

선바위를 지나 솔봉으로 향했다. 멀리 섬진강이 흘렀다. 눈은 오다 말다 반복한다. 솔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에는 소나무가 산수화처럼 자라고 있다. 척박한 환경 탓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크기로 낮게 드리웠다. 하지만 몇 해 사이에 고사한 소나무가 너무 많았다. 이것도 기후 영향일 것이다. 바위능선을 돌아 오솔길 같은 숲을 돌아 내려오니 솔봉이다. 솔봉 다음 둥지리봉이다. 하지만 솔봉에서 동해마을로 내려왔다. 너무 몸을 쉬었기에 무리하지 않았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되었다. 응달진 곳에는 눈이 얼어붙었고 바람은 다시 거칠었다. 하늘은 파랬고 더 없이 맑았다. 고만고만한 풍경에 수직 하강하여 동해마을에서 다시 섬진강을 따라 마고실로 향했다. 두꺼비다리에 도착하여 한 번도 건너보지 않은 다리를 걸었다. 거센 바람과 추위에 걸음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