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남알프스 신불산

by 허허도사 2024. 11. 4.
728x90


11. 3.

영남 알프스

사슴목장 - 간월재 – 신불산(1,159m) - 홍류폭포 – 복합웰컴센터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안개 자욱한 길은 더디게 하였다. 일정보다 30분 늦게 도착하였다. 배내골IC로 나오니 곧장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끼고 산장들이 즐비하다. 계곡에는 물이 빠르게 흘렀다. 그만큼 경사진 길이다. 입구부터 이른 아침임에도 길가에 주차한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 하차하여 어딘지도 모를 길을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길은 임도로 많은 인파에도 거침없이 흘러가듯 이동하였다. 예전같이 화려한 복장이 아닌 무채색의 옷들과 레깅스의 탱탱함이 세월이 바뀌었다. 그리고 젊었다. 지난주 운탄고도를 걷는 기분이었다.

지도를 검색하니 해발 500m쯤 되어 보였다. 간월재까지 5.4km라 이정표에 적혀있다.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산악 안전시설물 현황도가 어지럽게 펼쳐진 선들이 가늠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간월재까지는 외길이었다. 그래서 직진만 하면 되는 길이다. 편한 복장으로 오르듯 다들 그래 보였다. 어린아이도 반려견도 동반하고 있다.

단풍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간월재는 1,000고지가 넘는다. 가을철 같지 않은 날씨에 가벼운 길에도 땀이 났다. 곱게 물들어야 할 나무들은 고도가 올라갈수록 잎을 고스란히 떨구고 있다. 하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다. 그래도 하늘은 파랬다.

오늘은 MTB대회도 함께하였다. 간간이 내려오는 자전거가 불쾌한 이들도 있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역동적으로 내려오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주었다.

산을 한 굽이 돌고 돌아 간월재에 도착하니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이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능선에서 알프스를 연상하였지만 내가 본 알프스는 아니기에 그래도 시원스럽게 펼쳐진 알프스와 비교되는 풍경이다.

간월산과 신불산 이어지는 길목에 자전거와 탐방객들이 엉켜있다. 간월재의 너른 데크에는 언제 올라왔는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고 있다. 간월재 표지석에 인증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간월산을 거쳐 신불산으로 가야 할까 망설이다. 일행도 있어 신불산으로 향했다. 신불산으로 향하는 길 억새밭을 가르고 길게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고 뒤를 보니 간월재의 풍경이 또 다르다. 간월산 뒤로 이어지는 능선이 겹겹이 쌓여 이어지고 있었다.

길은 물이 흐르고 있다. 질퍽하다. 편한 길을 생각했지만 암반이 거칠어지고 있다. 등산화를 신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억새는 사라지고 낮은 활엽수들이 잎을 떨군채 눈높이로 마주한다. 계단이 반복되고 흩어진 암석들로 길을 바꾸고 다시 능선길로 연결된다.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하늘길이다. 신불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신불산 정상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었다. 정상에서 땀이 식자 이내 외투를 걸쳤다.

하산길은 빠른 것이라 예상했지만 길은 거칠었다. 집합장소인 월컴센터의 이정표는 보이지 않아 홍류폭포를 찾아 내려갔다. 암봉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신불산 칼바위를 지나 공룡능선 길을 타고 내려오니 끝날 것 같은 길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폭포까지 그리고 넘어지기를 반복하였다. 날선 바위에 미끌리는 신발은 발바닥을 타고 오르고 도가니까지 전달되었다. 또한 질퍽거리는 물과 낙엽이 변수였다. 설치된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오니 손바닥도 아리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길은 지그재그로 지속되었다.

올라오는 이들의 힘에 부치는 모습에 다 왔다는 뻔한 말과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3km를 내려오니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우레같은 폭포 소리가 들렸다. 홍류폭포다. 수직으로 빠르게 떨어진는 물줄기는 물방울을 휘날리며 거침없이 내려와 사라졌다.

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고 도착이 임박했음을 암시하였다. 그렇게 힘든 산행이 될 줄 몰랐다. 이어 통도사로 향했다. 종아리가 뭉치기 시작했다.
인근 식당에서 불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토왕성폭포 전망대  (1) 2024.10.28
곰배령  (0) 2024.10.28
민둥산  (2) 2024.10.13
완주 모악산  (0) 2024.10.10
천관산  (1)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