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운탄고도 5길
화절령 – 만항재(1,330m) 15.5km
속초에서 이동하여 태백을 지나 정선으로 향했다.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화절령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적당한 곳에서 하차 후 화절령으로 이동하였다. 잎갈나무숲은 단풍이 곱게 들었다. 길은 넓고 검은 돌이 무더기에 억새가 빛을 잃고 비쭉거린다.
회절령이다. 운탄고도 새비재로 가는 4길과 만항재로 가는 5길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우리는 만항재로 역행한다.
운탄고도 5길 안내판과 표지판 도롱이 연못 스템프가 나란히 서 있다. 인증사진을 남기고 길을 걸었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운반했던 도로답게 임도로 폭은 넓었다. 하늘과 맞닿는 길로 아래로 드넓은 풍광이 함께 하고 있다. 서로 담소를 나누며 웃으며 걷기 시작하여 3.5km를 남겨두고 악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도착하니 평균속도 4km라는 평지와 같은 속도를 내었다. 그 덕분에 차도 달리고 자전거도 달렸다.
화절령은 1,000m 이상 고지대로 낙엽은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흐린 날씨로 걷기에는 좋았다. 도롱이 연못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다. 높은 곳에 연못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자연 발생은 아니다. 무연탄 채굴로 인한 지반이 내려앉아 생긴 못으로 지름이 150m에 이른다. 주변으로 잎갈나무가 자라고 있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한 무더기 지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연못가로 이동하는 추태를 보았다. 길섶에 주차하고 내려갔으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도 없을 것을 육중한 장비를 가지고 무질서하게 돌아다닌다. 자전거 여행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불쾌했다. 그래서 동호회 가입않고 독자적으로 여행한다.
길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지만 고도는 일정하다.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보였다.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열을 맞춰 산을 에워싸고 있다. 가까이 가니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단풍색은 연했다가 진해지다 사리진다. 능선을 텅비었다. 단풍나무만이 추위를 피한 숲속에 붉게 빛을 바라고 있다.
운탄고도 1177갱도가 보인다. 갱도 앞에 도시락을 들고 손을 흔드는 광부의 동상이 서 있다. 밝은 미소와 달리 삶을 고단했을 것을 동상과 동행하여 사진을 남겼다. 그 앞 풍경이 절정이다. 자작나무 단풍에 이어 노랗게 골을 이뤄 끝없이 펼쳐지며 산 능선이 겹겹이 쌓여 그 사이로 하얀 길이 구불거렸다.
삭막한 길에는 보라색 쑥부쟁이가 간간이 피었다. 그리고 노란 민들레도 철 잊은 달맞이꽃까지
중간지점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나왔다. 운탄고도 표지판을 뒤로한 풍경은 정자와 연못이 아래로 이어지고 있다. 그 너머 강원도의 깊은 산을 보여준다.
잎갈나무 숲을 지날 때 수직 세상의 끝에 노랗게 물든 잎이 터널을 이뤄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자작나무 숲을 지날 때 샛노란 은행잎처럼 흰 껍질을 더해 환한 세상을 연출한다.
약수터까지 1.5km 내려가는 길 능선 위로 열주하는 풍력발전기의 풍광이 만항재가 가까웠음을 알렸다. 저 풍력발전기를 지나면 만항재라고 한다. 항상 말했듯이 우리 눈을 능가하는 기계가 없다. 이 아름답고 광활한 풍광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눈으로 담고 담아 본다.
줄곧 내려와 약수터에 도착하였다. 시원한 물을 마시려 하였지만 석회수의 하얀 물을 마시지는 못했다.
약수터에서 만항재까지 3.5km다 한 시간이면 족히 다다를 거리다. 하지만 고작 몇백 미터를 오르는 오르막길은 사람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나올 것 같은 재는 넘으면 다시 나오는 반복의 길로 풍력단지를 지났음에도 한참을 걷게 했다.
고개를 올라 풍력발전기 단지를 지나자 길가에 차들이 주차 되어있다. 만항재임을 알 수 있었다. 만항재와 함백산이란 글자를 보고 길의 끝임에 한기가 밀려왔다. 4시간 30분 동안 걸어왔다. 휴게소에서 막걸리를 찾았다. 지금까지의 피로를 보상하듯 연거푸 석 잔을 마셨다.
다시 다섯 시간 이상을 차를 타고 순천으로 이동하였다. 2박 3일의 꽉 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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