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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인제 자작나무 숲길

by 허허도사 202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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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2박 3일 꽉 찬 일정이다.



인제 자작나무와 곰배령, 속초 외설악 토왕성폭포 전망대, 정선 운탄고도 5구간



새벽 6시 버스는 출발하였다. 아직 어둠 속이다. 차장에는 불빛만 지나간다. 설잠을 자며 2시간 만에 벌곡휴게소를 지난다. 휴게소는 썰렁했다. 숨을 쉬면 입김이 나왔다. 그만큼 쌀쌀했다. 다시 잠결이 스치고 차장으로 지나는 순간들은 눈을 떴을 때 간간이 보이는 풍경들은 공장과 축사들이다. 고속도로라는 직선은 그만큼 보였다. 횡성이다. 무논 위에 둥그렇게 말린 소밥이 덩그렇게 서 있다.

11시 홍성 IC로 나왔다. 산골이 깊어지고 위로는 단풍이 물들어 내려오고 있다. 반대 차로로 탱크가 지나간다. 38의 경계를 넘는 듯 인제로 넘어왔다.



인제 자작나무 숲길



첫 탐방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자작나무 숲과 운탄고도에 혹하여 참여하였다. 강원도라는 끝이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반나절을 도로 위 버스에서 버티며 올라온 이유다.

자작나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하얀 수피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손바닥보다 작은 나뭇잎이 하늘거린다. 그래서 같은 속으로 은사시나무가 있다. 사시나무 떨듯 한다는 그 나무다. 자작나무가 좋아 매년 묘목을 심어보지만 쉽게 자라지 않고 죽어버린다. 10년을 길러도 손목만큼 자라는 더딘 성장에 살아생전 숲을 보는 것은 어렵겠다.

자작나무 숲길은 입장 시간이 제한된다. 오후 15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매주 월, 화요일 휴무다. 입구에는 자작나무로 만들어 놓은 조형물들이 반겨준다. 달맞이 숲길과 별바라기 숲길로 나눠지지만 연결되어 있다. 안내원은 아랫길 달맞이 숲길을 권한다. 달맞이 숲까지 2.7km. 임도다. 자작나무 숲과는 달리 다양한 수종이 함께하는 숲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담소를 나누며 걸을 수 있다.

임도가 끝나는 길 초소가 나오고 달맞이 숲길과 별바라기 숲길 갈림길이 나온다. 별바라기 숲길로 오르는 길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1km 짧은 길을 오르면 된다.

우리는 달맞이 숲으로 향했다. 자작나무가 보일 것 같지만 쉽게 보이지 않았다. 잎갈나무가 반겨준다. 송곳처럼 곧게 솟아 빽빽하게 자란 숲은 햇볕이 낮게 스며들며 잎들을 투명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여 초록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다양한 색들이 겹쳐있다. 이국적인 모습의 잎갈나무 숲은 계속 이어졌다. 완만한 경사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길에서 잎갈나무와 자작나무가 교차 된다. 한 아름 둘레를 가진 자작나무가 눈앞에 나타났다. 안아보고 싶었다. 이렇게 크게 자란 자작나무는 처음이다. 그리고 온통 새하얀 자작나무 숲이 나타났다. 흙과 초록과 대비되어 화가 박서보의 선을 보듯 흰 붓으로 내리 그리고 점점이 흩어지는 달마시안처럼 점이 찍혀있다. 빛은 여전히 자작나무 사이로 낮게 스며들었다. 자작나무도 초록에서 노랑으로 변하고 있다. 흰 수피가 끝없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순수함이 떠올랐다. 하얀 고양이가 털을 가다듬듯 매끈하다. 초록 이끼에 더렵혀 지지도 않았다.

자작나무 사이로 계단을 따라 오르니 성벽처럼 나무가 쌓여있다. 2023년 한파로 자작나무가 쓰러졌단다. 그 나무들을 쌓아 조형물을 만들었다. 그 너머 능선에는 반쯤 구부러진 자작나무들이 겸손하게 한 방향으로 수그리고 있다.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니 달맞이 봉으로 향한다. 700m의 짦은 거리가 아님에도 안 가볼 수 없다. 하지만 가보지 않아도 될 야산의 모습이었다.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숲이다. 다시 돌아와 별바라기 숲으로 내려간다. 아래로 내려보는 자작나무 숲은 또 다르다.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이젠 수직으로 수평으로 시선의 변화에도 이제 무덤덤하다.

생태연못이 있어 내려오니 자작나무는 점차 멀어지고 계곡으로 물이 흐른다. 자작나무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보이더니 이내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등 수종이 바뀌었다. 그리고 올라왔던 갈림길이 나왔다. 임도를 걸어 되돌아오니 아직도 사람들은 끝없이 올라오고 있다. 오후 3시가 넘어 안내소를 나오니 입장을 마감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당분간 자작나무를 노래할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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