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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원림 소쇄원은 말이 필요 없겠다.
주차장에서 군밤을 까먹으며 대숲을 가로질러 그때 보았던 청둥오리가 반겨주었다. 기온이 뚝 떨어져 한파주의보가 내렸지만 소쇄원을 찾는 이들은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따라간다.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 위에 잎들이 모여있다. 애양단 담장을 따라 오곡문을 지나 외나무다리를 건너 흐르는 계류를 따라간다. 제월당 대청에 걸터앉아 광풍각을 바라보니 바람에 낙엽이 흩날린다.
광풍각 아래 폭포의 물줄기는 흐르는 듯 말 듯 아래로 떨어지고 다시 일각문을 들어서 제월당을 뒤로한 채 솔숲으로 이어진다. 소나무들은 제각각 자랐다. 일정한 규율도 방향도 없이 그저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다. 그 너머 은행나무가 유독 노랗게 빛을 발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