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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송광사

by 허허도사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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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산이 아닌 산사를 찾았다. 산사도 산속에 자리 잡았다. 송광사 매표소를 지나니 은행나무가 노랗게 반짝인다. 바닥에는 은행잎이 떨어져 노랗다. 온통 노랗다. 그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는다.
가을인지 여름인지 기온은 초여름 날씨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뇌성이 울리고 하늘은 요란하다. 티 한 장에도 땀이 흐른다. 성급한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있을 뿐 겨울 채비를 한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화려하게 가을임을 알려준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나뭇잎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늘을 보며 기다리는 꼬마는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아빠는 재촉하지만 아이는 나뭇잎을 잡는 놀이에 빠져있다. 월하정인도 그 놀이를 같이한다.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나뭇잎이 손위에 내려앉는다.
송광사는 확장 중이다. 템플스테이션이 계속 증축 중이다. 계곡에는 나뭇잎들이 모여들어 밤하늘 별처럼 떠 있다.
육감전 앞 징검다리를 건너고 우화각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 단풍을 구경하고자 경내로 들어서지 않고 화엄전을 지나 계속 걸었다. 화엄전 담장 너머 대나무가 파랗다. 대나무 숲이 아름답다. 바람에 하늘거린다. 대숲에는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부딪치며 끼익하며 소리 낸다.
채소밭에는 배추 무 당근 등이 차례로 줄지어 자라고 있다.
끝은 천자암으로 향하고 다시 내려와 우화각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익숙한 풍경에 장의자에 앉아 쉬어간다. 승보전 옆 석조에 동전이 가득하다. 월하정인 뭣 하러 동전을 던져 오염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눈치도 없이 남자가 동전을 꺼내려는데 여자가 말린다.
송광사를 그냥 내려가기는 아쉬워 불일암으로 향했다. 무소유길을 따라 걸으니 단풍이 곱다. 사람 소리 들리지 않는 길이다. 길은 변함없다. 다만 돌계단이 높아 걷기 불편하다. 공사 전 나무계단의 자연스러움이 없어졌다. 대숲은 여전하다. 사립문을 들어서니 익숙한 풍경은 사라지고 횡 하니 변한 모습에 당혹스럽다. 이 또한 언젠가는 익숙해지리라. 불일암 굴뚝에 연기가 난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고 낮은 굴뚝으로 흰 연기가 낮게 바람 따라 움직인다. 의자에 앉아 청산은 말이 없이 읇조리고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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