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시작되었다. 특별할 것 같은 시작은 어느덧 55해가 지나고 56해를 맞이하였다. 흰머리와 잔주름이 늘어가고 내 정신연령은 변함없이 느껴진다. 몸과 정신이 분리해지는 나이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느려진다. 그리고 버거워진다.
산을 오른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산이 그리워진다.
토요일 주암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늘 오전 근무를 하고 다시 시골집에 들어가 물 단속을 하고 내려오니 오후 3시다. 가까운 곳을 걷고자 선암사로 향했다. 늦은 시각임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주차장에서 승선교까지 다시 일주문까지 걸었다.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겨울 숲은 고즈넉하다.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다. 내려오는 사람들도 고요하다.
선암사는 도심에서 멀지 않아 늦은 오후에도 많이들 찾는다.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하기도 좋다. 기본 반찬이 담백하여 맛깔스럽다.
선암사 일주문 앞에 바라보았다. 국보로 승격된 국가지정문화재를 다시 바라봄이다. 어찌 송광사 일주문 조계문과 닮았다. 송광사 일주문도 국보가 되었다. 두 개의 산문이 나란히 국보로 지정되었다. 선암사의 전각들은 문을 개방해 놓았다. 그게 좋다. 사진 촬영금지도 없다. 누구나 볼 수 있게 대웅전을 비롯하여 모든 전각이 환하게 웃고 있다. 대웅전 앞 당간지주가 어지럽다. 두 개가 아닌 세 개다. 탱화를 세 개나 걸어 불심도 깊어 민생을 구제할 구시도 크다. 홍매화도 선암매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이끼만 더부룩 덮여있다. 원통보전 꽃살문이 관음보살상에 밀려 뒤집혀 있다. 순조 임금이 어필한 대복전도 연등에 가려 있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배려심이 있었으면 한다. 우물천장에도 가려 연꽃이 새겨진 작품을 보지 못했다. 선암매를 지나 산신각으로 들어선다. 구부전 뒤로 이어진 산신각은 아마 제일 작은 전각이 아닐까 생각든다. 기와마저도 작다. 사람 얼굴 형상의 망와도 손바닥만 하다. 산신각을 끝으로 선암사를 내려왔다. 종무소 앞 연못에 빨간 붕어가 느리게 헤엄친다. 저녁 예불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남아 일주문을 빠져나왔다.
산사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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