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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송광사

by 허허도사 2020.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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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암 가는길

사립을 나오니 노부부는 갈림길에 머뭇거린다.

오솔길을 따라 감로암으로 가고자 하는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그렇게 힘들지 않으니 걷자는 말에 발걸음을 옮기다.

노부부는 내가 먼저가기를 기다렸다.

굽어진 오솔길을 따라 수행자처럼 걸어본다. 깊이 패인 길들이 보인다. 얼마나 많은 이가 지나갔으면 길이 낮아졌을까 생각해본다. 하늘을 보니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었다. 이 길을 걸으면 생각이 멈춘다. 그저 숲을 느낄 뿐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쉬엄쉬엄 넘어가보자 하여도 그 길이 짧은지 내걸음이 빠른지 고개를 넘어 버렸다. 멀리 산 능선 아래 노랗게, 빨갛게 물들고 있는 나무들이 산을 뒤덮는다.

감로암이다. 새롭게 단장한 무량수전이 파란 하늘아래 내려앉았다. 담장너머 차밭위 원감국사비를 바라보며 쉬어간다. 율원으로 내려가는 굽은 길에 두 사람이 걸어 올라온다.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감로암에서 율원 가는 길이다. 길을 따라 아름드리 참나무와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사이 단풍나무가 배꼼이 몸을 드러낸다. 동산 같은 차밭에는 비파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길은 한번쯤 뒤를 돌아다 보아야한다. 감로암이 나무사이로 사라지는 풍경을 또한 투명하게 투영되는 나뭇잎을 그리고 하늘도 한번 올려다본다. 나무들이 부둥켜안은 듯이 하늘을 품고 있다.

바람이 분다. 느티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율원이다.

율원옆 승탑밭이 널게 펼쳐진다. 그 모습이 너무 좋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승탑은 숨바꼭질 같이 숨은 그림을 찾게 된다. 그렇게 거북이를 찾았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진다. 율원앞은 공사장이다. 덤프트럭이 연신 교차하고 먼지가 올라간다. 낮은 돌담너머 대숲과 나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템플스테이션과 성보박물관 등이 괴물같이 들어앉았는데 더 이상 지을게 남았는지 욕심이 과하지 않나 싶다.

 

관음전 뒤 가장높은 감로탑에 올라 기와선을 감상하고 송광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 우화각을 거쳐 화엄전앞으로 걸었다. 담장앞 감나무 내구루가 장승처럼 서있다. 그리고 대숲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천자암으로 넘어가는 송광사 끝자락이다. 텃밭에는 겨울에 먹을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배추는 김장때가 다가와 속이차기 시작한다. 그곳에 창고하나가 있어 찾았다. 예전 스케치한 그림이 생각나 올라보았으나 그대로다. 길을 따라 곱게 물든 나무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

 

내려오는 길 화엄전 앞을 그냥 지나칠수 없다. 내려오는 길 화엄전 앞을 지나칠 수 없다. 오래된 담장을 걸어본다. 담쟁이가 넝쿨이 넘어가며 마른 강아지풀이 역광에 비춘다. 바로 위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었다. 담장위 대나무와 공양간가는 길목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절정이다. 오후 해가 넘어가는 빛을 따라 단풍색도 빛을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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