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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과 불일암
사립문이 보인다. 사립문을 통과하는 순간 선계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시누대 숲은 끝이 맞닿아 동굴처럼 터널을 이룬다. 그 속에서 바라보면 불일암은 선계요 사립문은 지상계처럼 환하게 빛이 스며든다. 빛을 따라가게 되면 미지의 세계에 들어서는 느낌으로 걸어가게 된다.
불임암은 현란한 단청이 없이 수수하다. 정면 3칸짜리 암자와 우측 2칸짜리 요사채와 뒷간이 전부다. 암자 앞마당에서 보이는 풍경은 최고다. 낮은 돌담과 오두막 그리고 병풍처럼 대숲이 둘러앉았다. 순간 바람이 휘몰아치며 대숲이 일렁인다. 이 모습이 좋아 오래전 스케치를 한 적이 있다. 암자 주변에는 스님의 발자취를 남겨놓았다. 스님이 심었다는 후박나무(일본목련) 아래 안식처를 잡고, 나무의자와 바늘로 꿰맨 흰고무신 놓여있다. 세상을 달리하여도 무소유를 실천하는 느낌이다. 묵언 풍경소리가 요란하다. 지정국사 부도묘광탑을 끝으로 불일암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