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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암 가는길
좁은 오솔길은 번잡한 기계음과 사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자연 그 자체다. 바람소리가 귓청을 시원하게 씻겨주는 느낌이다. 갈잎과 낙옆은 빛을 바래 조금만 스쳐도 부서질 것 같다. 그 길을 혼자 걷는다. 반듯하지도 않고 숲의 형태에 따라 굽어지고 오르고 내려간다. 서두를 것도 없다. 누군가 의식 따위도 없다. 수행자가 그랬듯이 무념무상의 세계다.
감로암
언제 부터인가 빛바랜 옛정취는 사라지고 전각들이 들어섰다. 무량수전에 공양간까지 그리고 포장도로가 생겼다. 개구리가 놀았던 작은 연못은 초라하게 물도 말라가는 듯 하다. 원감국사비가 있어 잠쉬 쉬어간다. 사각턱을 한 귀부가 다부지게 이를 드러내고 있다. 할 말이 있는 듯이 말이다. 둥근 거북이 등껍질에 수줍게 나온 발이 허공에 떠있다. 아래로 듬성듬성 자란 비자나무아래 조그만 차밭이 보인다. 그리고 좌측으로 굽어진 포장된 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단풍나무는 색이 곱게 물들어 황금빛에 주황색이 도드라진다. 키큰나무 사이에 더욱 눈에 드러진다. 그길을 따라 내려간다. 개울을 건너니 곰삭은 고목에 일부만 살아있는 비자나무가 보인다. 여전히 잘 살아있었다. 그모습이 신기하여 스케치하였다. 차도 지나가고 여인도 다정하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