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7.
송광사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다. 하늘은 회색빛으로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 비가 갠 후 기온이 떨어진다는 기상예보에 주암집 동파가 걱정이다. 다음 주에도 집을 비울 것 같아 서둘러 물을 빼고 돌아오는 길에 송광사에 들렀다.
송광사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많이 보인다. 단풍철 선암사에서 조계산을 넘어오는 산악회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을게다. 시간이 오후 4시가 다되어가니 그 시간대 이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비바람인 듯 휘몰아친다. 그 바람에 낙엽들이 떨어지고 굴러간다. 계곡 물은 차갑게 느껴지고 바위주변 낙엽들이 맴돌고 있다.
나는 송광사에 오면 큰길로 걸어 경내에 들어서지 않고 오솔길을 따라 불일암과 감로암을 거쳐 부도암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무소유길
불일암 가는 길은 무소유길이라 법정스님의 좋은 글을 곳곳에 새겨놓았다. 이길은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느낀다. 작은 실개천에 흐르는 졸졸대는 물소리와 키큰 나뭇가지가 부딪치는 소리 댓잎 서걱거리는 소리 대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까지 길을 오르며 듣게 된다. 여름이면 산새소리까지 더한다. 오늘은 비바람 때문인지 그 소리가 더 요란하다.
노랂고 빨갛게 물든 잡목숲을 지나 작은 실개천을 건너 편백숲으로 들어선다. 곧게 뻗은 나무는 발처럼 촘촘하다. 그 덕에 숲은 고즈넉하다. 숲 너머 빛들이 은은하게 스며들며 숲 향기가 깊게 들어온다. 편백나무 계단은 수행자와 탐방객들의 발아래 반질하다. 햇볕이 드는 작은 공간에 스님의 글귀가 보인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홀로사는 즐거움-
스님의 책을 거의 다 읽다시피 하였지만 이런 문구가 있었는지 희미하다.
숲은 또한번 변한다. 이번은 대숲이다. 대나무 숲은 내가 희망하는 공간이다. 집을 짓는다면 대숲에 지어보고 싶을 정도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나부끼다 제자리로 멈춰 선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탄력적이다. 생동감이 느껴진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댓잎이 휘어지는 서걱거리는 소리에 이어 타닥타닥 대통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경을 외고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