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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폭포 가는길

by 허허도사 201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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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2.

불일폭포 가는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부분) / 이원규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어제 무리한 자전거여행으로 오늘은 늘어지게 쉬려고 하였다. 더 무리했다가 지난번 안면마비 같은 증상이 올까 조심스러웠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오늘은 뭐하지 미친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가볍게 순천만까지 찍고 오자며, 동천에서 아랫장을 지나고 있는데 월하정인에게 전화가 왔다. 칼 같은 목소리로 어디냐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하니 미쳤다고 화를 낸다. 무리해서 병원신세를 진 것이 월하정인도 걱정하고 있는 터라 더욱 화가 났을 것이다. 결국 자전거를 돌려 집에 도착하니 말도 안한다. 미친 것 아니냐며 오를 쉬기로 했는데 또 자전거라며.....

 

그래서 가까운 절에 가고 싶었다. 선암사에서 비로암, 쌍계사 불일폭포, 지리산이 좋겠다. 불일폭포에 가자며 월하정인을 달랬습니다. 이 무더위에 그저 쉬고 싶은 눈치지만 장모님 병간호로 일주일이 넘도록 바깥바람을 접하지 못하고 있어 귀찮은 듯 좋다고 합니다.

 

현재 오후 2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쌍계사 까지 1시간 정도 잡아도 도착하면 3시입니다. 청소골을 넘어 화계로 달립니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길입니다. 황전터널을 지나자 멀리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에 패달을 밟은 이가 보입니다. 월하정인 누군가 어제 저렇게 땡볕에 돌아 다녔다고.... 남도대교에서 화개로 들어서 쌍계사에 도착하니 라디오에서 3시를 알려줍니다.

 

쌍계사로 올라갑니다.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매표소에(성인 2,500) 매표를 합니다. 카드를 내미니 귀찮은 내색이입니다. 일주문에서 금강문과 천왕문이 연속해서 터널처럼 보입니다. 길게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청화루 옆 등산로로 들어섭니다. 늦은 시간이라 쌍계사 경내는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숲으로 향합니다. 아래를 보니 기와능선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소나기가 내렸는지 바닥이 젖어 있습니다.

 

숲은 빛조차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키큰나무들이 빽빽합니다. 계곡에는 굵직한 돌틈사이로 흐르는 물은 바로 먹어도 될듯 투명합니다. 바닥은 박석길로 다듬어져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폭포까지는 2km 가까운 거리지만 오르막길로 시간이 곱절입니다.

최치원 선생이 학을 타고 놀았다는 환학대

불일평전

1시간정도 오르니 어둠을속에 환한 빛이 내려앉은 불일평전이 나옵니다. 입구에는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목장승 가족이 서있습니다. 삐딱하게 서있는 천하대장군과 대나무 뿌리를 비녀삼은 지하대장군 그리고 천지동장군 둘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나란히 서있습니다. 오래전 기억으로 이곳에 산장이 있어 음료수를 판매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덕에 잠시 쉬어가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폐쇄되고 흉가처럼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 옆 탐방로안내소가 쉼터 역할을 하고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불일암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물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한 굽이를 돌자 커다란 암반이 나오며 협곡이 보입니다. 등산로는 급격히 꺽이고 절벽을 따라 올라갑니다. 잘자란 키큰 소나무가 산신이 된 듯 내려보고 서있으며 바로 좌측으로 돌계단이 보입니다. 불일암입니다. 좁은 계단을 올라서면 평상이 있는 마당과 불일암 그리고 뒤로 대웅전등 두채가 있는 조그만 암자입니다. 우측 샘터에서 물 한사발 들이키며 담장너머 암봉이 한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집니다. 암자앞 나무의자가 있습니다. 참나무를 잘라서 만들었나봅니다. 거친 의자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합니다. 송광사 불일암에서 법정스님이 만들어 사용한 빠삐용 의자와 닮았습니다.

불일폭포

폭포로 내려갑니다. 늦은 시간인지 조용합니다. 외국인 가족이 구경을 마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옵니다. 데크로 만든 계단을 밟고 내려가니 희미하게 폭포줄기가 보입니다. 깊은 산속 물줄기를 보니 시원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가뭄 탓인지 아니면 원래 그러했는지 우레 같은 폭포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흩날리는 물줄기가 힘없이 보입니다.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삼단으로 바로 떨어지지 못하고 바위에 스치며 내려옵니다. 또한 가운데 바위색이 도드라져 천사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폭포아래 웅덩이에 새한마리가 움직이는 것을 월하정인이 보았습니다. 물까마귀가 잠영을 하며 먹이 사냥중입니다. 물속을 걷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나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조용하던 폭포에 인적이 들었습니다. 서늘해진 시간인지 셋 팀이나 연속해서 올라옵니다. 수녀님들과 함께 대여섯명이 줄을 이어 올라오며, 취기가 가득한 어르신도 지나갑니다. 바위가 미끄러운데 조심하세요. 바로 뒤이어 부부가 올라옵니다. 한참 뒤처져 올라오는 아주머니 표정이 썩 내키지 않은 얼굴입니다.

 

내려가는 길도 오늘따라 길게 느껴집니다. 아마 어두워져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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