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 상사화 축제
축제장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차량은 길게 이어졌다. 과연 오늘 안에 주차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다. 주차장에 대형버스가 인제에서 인천 등 각종 단체에서 내려온 차량이 가득했다. 승용차 주차장도 가득하다. 장애인 주차장만이 여유가 있었다. 일행을 따라 행사장 입구를 통과하자 행사장 천막들이 연결되었다. 체험 부스 특산품 홍보 야시장까지 그리고 푸드트럭도 있다. 오늘 행사가 끝난다. 공연도 이어지고 사람들도 이어졌다. 불갑사 오르는 길에는 붉은 꽃무릇이 피었다. 만개는 아니어도 붉게 물들었다. 흐린 하늘에 빛이 바랬지만 잎도 없이 꽃대를 길게 올린 상사화가 나무숲 가장자리에서 공원에 이르기까지 데크길을 사이로 계곡을 사이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길가에는 좌판이 펼쳐지고 상상화 축제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니 꽃구경 사람 구경이라 생각된다.
불갑사는 오래전부터 답사하였다. 월하정인 외할머니댁이 함평이다. 그래서 불갑산 영실봉 아래 위치한 용천사와 불갑사를 자주 들렀다. 용천사도 꽃무릇 축제를 한다.
불갑사를 몇년만에 다시 찾는지는 블로그에도 기록이 없는 것이 16년 이상은 된듯하다. 하지만 주차장이 형성되고 옷닭을 먹었던 기억에 그중 한 번은 더 찾은 듯 하다.
금강문과 천왕문을 연이어 지나며 사천왕상에 눈을 기울고 여전히 용을 잡고 요괴를 발로 누르고 있는 설정에 의문을 더한다. 종교의식이 없던 터라 화려한 단청이 들어올 뿐이다. 그리고 만세루를 지나 경내에 대웅전을 에워싸고 있는 전각들 하지만 그 흔한 석등과 탑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간지주가 삐딱하게 서 있다.
대웅전 삼존불 아래 기도를 드리는 여인이 미동도 없다. 옆으론 삼배를 올리는 불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방석 앞에 묵언 수행하는 거대한 목탁은 결코 일어설 수 없겠다. 불갑사는 곱게 진화하고 있다. 거대하고 화려한 불상도 탑도 없이 작은 전각들을 대웅전 높이에 맞춰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그 끝은 관음전과 연결되는 전각들 사이에 미소 짓고 있는 굴뚝이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불갑사를 내려와 다시 붉게 핀 상상화 길을 걸으며 일행들과 만나 축제의 마지막 날 파전에 막걸리를 마셨다. 한쪽에서는 천막을 접고 있다. 빗방울이 한 방울 스치듯 지나가자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들뫼길
불갑사 상사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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