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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뫼길

성산일출봉

by 허허도사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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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빗속에서 성산일출봉을 오르며 공룡을 닮은 듯한 기암괴석에 눈을 호강한다. 가랑비는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눈을 흐리게 한다. 안경에 물방울이 맺혀도 그 사이로 들어오는 풍광은 아름다웠다. 30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일출봉에 올라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았을 때 삼대가 덕을 쌓여야만 볼 수 있다는 그 광경을 몇 년 후 대학 친구들과 다시 보았을 때도 그곳은 변함없지만 오르는 길은 변했다.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다시 차는 함덕으로 이동한다. 마지막 일정이다. 점심으로 생선구이를 먹었다. 어제 술잔을 나눈 부부와 자리를 함께하였다. 여전히 그들은 한라산을 우리는 제주 막걸리를 마셨다. 일정은 술과 함께 사라지고 순천으로 돌아갈 일은 뒤로한 채 한병 두병 쌓이는 술병에도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성난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이 어설퍼 보인다.


성난 파도 모든 걸 집어삼킬 듯 거칠다. 바라보지만 그 위에 함께 있다. 아무 일도 없듯이 지나갈 것을 우린 스스로 불안해하고 조급하게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파도는 종잡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한 대로 방향이 일정하지 않았고 높이도 가늠할 수 없다. 그저 파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흰 포말을 내 품으며 성을 내도 잔잔한 품으로 흐르듯 내밀어도 파도는 늘 그렇게 변함이 없었다. 단지 우리가 그 파도를 믿지 못하고 두려워했다. 그저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은 몸부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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