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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쥐들이 뛰어놀던 70년대 지어진 벽돌집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아버지와 함께 집을 구경하였다. 한 채는 학군이 좋은 초등학교 100m 이내에 있는 이층 양옥집이다. 그리고 또 한 채는 큰길 건너 비탈진 곳에 위치한 차량진입도 대중교통도 불편한 곳이다. 하지만 신축한 건물이었다. 나는 두 번째 집을 선택하자고 하였다. 그곳은 남산과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만큼 산과 가까이 있었으면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주택단지로 들어갔다. 택지개발로 조성된 대지로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곳은 정이 가지 않았다. 답답함에 옥상을 자주 올라갔지만 보이는 건 옥상과 지붕뿐이었다.
지금도 아파트를 탈출하려고 하지만 월하정인은 시골집이 있는데 굳이 한다. 위에서는 밤이건 낮이건 쥐들이 뛰어놀고 아래층에서는 오디오 음향과 기계음이 들려온다. 내가 민감해서 일 것이다. 오늘도 단잠 자기는 틀렸다. 밤새 양들과 놀아야 한다. 이틀째 잠 못 이르는 밤에 정신이 몽롱하다. 그래서 술과 친해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