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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영풍농약사

by 허허도사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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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 라미사파리EF

70년대 시멘트기와를 올린 블록조적집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인제동 C지구 128번지에서 20년 넘게 함께하던 옛집도 블록조적집이였다. 나의 본적 주소이기도 하다. 68년 홍수로 사라진 집터에 군인들이 블록을 찍어 지었다고 했다. 천장은 목구조에 합판을 덧대고 시멘트기와를 얻었다. 반자를 설치한 천장에는 밤이면 쥐들이 운동회를 하였다. 그럴 때면 빗자루로 천정을 쿵쿵 찍어대면 쥐들도 놀라 잠잠하다 다시 뛰었다. 그리고 가끔 구멍을 내고 고개를 내밀면 까만 눈동자와 마주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신문지로 구멍을 막고 잠을 자곤했다.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농약사는 삐거덕거리는 문에 농약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더 이상 붙일 곳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집 앞에 놓인 각종 박스며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쌓여간다. 그 흔적을 지워버리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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