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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영덕에 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 군위, 의성, 안동을 거쳐 동해안으로 이어진 길 영덕에서 멈췄다. 이유는 대게의 고장으로 게를 먹기 위해서다. 강구항 밤거리는 화려했다. 커다란 대개의 조형물에 네온사인이 어두운 바다 위로 반영되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강구교를 지나 대게거리를 들어서니 호객행위에 멀찌감치 걸었다. 건물을 뒤덮은 화려한 조명으로 이곳이 우리나라인지 아니면 동남아인지 헷갈린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마리에 15~30만 원까지 가는 대게를 팔아치우려면 그만한 수고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 맛이 뭐라고 우리도 평이 좋다는 가게로 들어섰다. 수족관에는 겹겹이 쌓인 박달대게와 러시아산 대게 그리고 홍게가 구분되어 있다.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큰 것 한 마리에 30만 원이란다. 부담되는 가격에 가장 낮은 15만 원까지 내려와 국적을 썩어서 35만 원에 대게 요리를 즐겼다. 맛의 구분은 미미했다. 하지만 낮선곳에 그곳만의 식세계라 술이 쑥쑥들어간다. 들이 붓다 쓰러졌다. 행복에 겨워 달빛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음날 바다를 보았다. 해파랑길을 걷고 싶었다.
하지만 그길은 걷지 못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영덕은 신혼여행 이후 25년 만이다. 그때 기억은 없지만 낮선곳으로 공간이동 한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영덕까지 와서 국밥을 찾는 일행들이 무척이나 낮설었다. 물회를 먹어야 했다. 부산에서도 물회는 먹지못했다. 이게 여행이다. 뜻대로만 되지 않는 여행도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