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폭염, 폭염.... 장마기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몇일전 30mm 내린 비는 계곡을 시원하게 청소하지는 못했다. 바닥에는 부유물이 더위에 수면 위로 상승하고 있다. 계곡물은 다시 마르기 시작하고 물고기들은 수면 위를 맴돌고 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아랫마을까지 걸었다.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노랑 원추리가 피었다. 월하정인 원추리와 나리가 헷갈린다고 한다. 참나리는 주황색이라고 하였다. 여름이다. 배롱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땀이 등짝을 타고 흘러내린다. 머리에도 눈썹을 타고 안경 렌즈 위로 뚝 덜어진다. 안경만큼 불편한 것도 없다. 겨울철에는 김서림으로 앞이 안 보인다. 등산 등 격한 운동을 할땐 땀이 흘러 앞이 안 보인다. 그래도 볼 수 있게 하니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랫마을 용오름 계곡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찾아왔다. 예전 같으면 주차장이 만차로 북적였건만 오랜 가뭄으로 찾는 이가 많이 줄었다. 어린아이가 구명조끼를 입고 첨벙거린다. 깊은 물은 포말을 일으킨다.
그늘을 찾아 맥주를 들이켰다. 어제 얼려 둘 걸 한다. 내려오는 길에 냉장된 맥주는 그만 식었다. 청량감이 떨어진 맥주는 칙하며 거품이 올라온다. 쓰고 특유의 냄새가 올라온다. 오래전 동남아 여행 때 냉장 맥주가 아닌데도 시원했다. 그만큼 기온 차이가 많이 났던 곳이기에 그랬다.
다시 파란 하늘을 보며 내리쬐는 땡볕을 걸어 올라왔다.
그리고 예초기를 들고 밭으로 향했다. 몇 주 전에 베었던 풀들이 다시 자랐다. 제초제를 뿌릴까 하다. 그냥 베었다. 손이 후덜 거렸다. 제초제를 뿌려야 할까 고민된다.
다음날 창고 문들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