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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내소사

by 허허도사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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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모텔 사장님이 지역 맛집이라며 김치찌개 잘하는 집이 있다며 적극 추천한다. 근처에 수산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부안까지 와서 김치찌개를 먹어야 할까 하지만 월하정인 직진본능에 충실하다. 그곳에서 김치찌개가 아닌 삼겹살 구이를 먹었다. 왜냐고 묻자 오는 힘들게 여행하여 체력을 보충하여야 한단다. 그럼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먹냐고 하니 그냥 먹고 싶단다. 그리고 김치찌개를 먹어야 한단다. 주인장은 배불러 먹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삼겹살 2인분(400g)을 시키니 서비스로 김치찌개를 끓여 주셨다. 아마 순천에서 왔다고 하니 덤으로 주신 것 같다. 반찬이 깔끔하며 맛깔나다. 그리고 주인장의 친절에 피로가 풀렸다.

부안읍에서 1박을 하고 피순대집에서 순댓국으로 해장을 하였다. 굳이 이곳까지 와서 순댓국이냐고 하니 줄을 서서 먹는 맛집 같아 먹고 싶다고 한다. 아니나 어제 지나가는길에 줄이 서있으며 포장해가는 차량으로 가득하였다.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순천에서 다양한 순댓국을 맛 보았을 텐데 순댓국을 먹으니 그 맛이 밍밍하였다. 오늘 이상한 하루가 될 듯 하다.

 

내소사는 전나무 숲길이 초입에 있어 걷는 길이 좋다. 곧게 뻗은 전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그사이 단풍나무가 앙증맞게 자라고 있다. 천왕문 앞엔 단풍나무가 우거져 머리를 스친다.

천왕문을 나서니 금줄이 쳐진 천년 묵은 느티나무와 마주한다. 천년의 세월은 이곳에서 함께 하였다고 하니 산증인이다. 그 신비에 사람들로 둘러서 마주한다.

봉래루 아래로 들어서니 울긋불긋 연등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웅전 앞에는 봉축 행사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부처님 오시는 날임에도 선문은 꼭 닫혀있어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곧바로 청연암을 향했다.

월하정인 오늘도 걷는다며 맨날 여행이 걷기만 한다고 투덜거린다. 의도치 않게 이번 여행도 걷기로 시작했다. 어제 이만 오천 보를 넘겼다.

청련암 가는 길은 내소사 우측 계곡을 따라 1km쯤 오른다.

내소사에서 보면 중턱에 화려한 전각이 보이지만 관음전으로 청련암은 보이지 않고 70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그 길은 경사가 상당하다 차량으로도 버겁게 올라채는 길이다. 예전에는 오솔길을 따라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내 기억이 잘못이었나 싶다.

관음전에서 내려다보니 초록 세상에 갇힌 내소사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은 활엽수의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 햇빛을 쫓아 올라가는 나물들의 다툼 속에 각자도생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계곡물은 말라 있다. 그많큼 비 소식이 뜸하다. 관음전을 뒤로 우리를 따라오는 일행은 없었다.

한참을 올라서니 여인네 깔깔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굽어진 도로를 돌고 돌아 높은 기단과 마주한다. 그 끝에 기와 선이 어렴풋이 보인다. 뒤로 보이는 병풍처럼 둘러친 암벽에는 드문드문 자라는 소나무와 잡목들이 산수화를 보는듯하다.

청렴암 마당 한 켠 천막 아래 간이식탁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있는 중년의 여인들이 아래서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 들이다. 각자 다른 삶의 터전에서 이곳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자리 일부를 우리 부부에게 양보한다. 국수를 삶고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 한다. 음식 솜씨 좋은 보살님이 준하고 있단다.

나는 암자를 한 바퀴 돌았다. 뒤로는 변산의 절경과 앞으로 곰소만이 펼쳐진다. 암자에 앉아 풍경소리를 들의며 곰소만과 암벽을 천천히 둘러본다. 능선 끝으로 소나무들이 삐죽삐죽 튀어 솟아있다. 예전 저 능선을 타고 세봉에서 관읍봉을 거쳐 직소폭포로 향했을 것이다.

무더웠던 7월 땀에 흠뻑 절여 쉰내를 풍기는 길손에게 신혼부부는 흔쾌히 차량으로 20km를 돌아 내소사로 태워주었다. 그날의 고마움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았다.

청련암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이상한 날은 점심도 그렇게 때웠다. 고마움을 뒤로 한채 올라왔던 길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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