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불회사
나주 다도면에 있는 불회사다. 불회사의 석장승이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툭 불거진 커다란 눈망울이다.
따뜻한 오후 햇살은 빽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 빛 내림을 하고 있다. 빛이 내리지 않는 숲 가장자리는 어둡고 빛이 뚫고 들어오는 반대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환하다. 숲은 고요하고 깨끗하다. 찬 공기는 숨이 편안할 정도로 상쾌하다.
새로운 데크길이 조성되었다. 국가산림문화자산 이라는 안내판에는 나주 불회사 비자나무와 차나무 숲으로 지정이 되었다. 비자나무는 제주도 비자림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남도에도 해남 녹우당 그리고 장흥 보림사 등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보림사 비자림 아래 자생 차가 있다. 그 찻잎은 청태전 차로도 유명하다. 이곳 비자림 아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 비자나무는 아담하다. 고산지대 구상나무를 보듯 큰 키를 자랑하지 않고 체격도 우람하지는 않다. 좁은 계곡을 사이로 분포하고 있다. 그 단절은 편백나무가 잠식하고 있다.
산사로 이어지는 길은 조용하다. 어린 손자와 함께 걷는 가족들이 행복해 보인다. 그 길은 짧았다.
덕룡산불회사 현판이 걸려있는 진여문(真如門)을 지나 선계에 들어선다. ㅜ자 형태의 건물로 천왕문과 연결된다. 천황문에는 사천왕상 대신 탱화가 걸려있다. 이것 또한 드문 광경이다.
대양루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니 대웅전이 보인다. 고태미가 느껴지는 건물로 단청이 화려하다. 보물 제1310호로 조선후기 전각이다. 대웅전 안에는 건칠비로자나불이 또한 보물로 지정이 되었다. 비로자나불은 종이로 만들어 옻칠을 하였단다. 지불(紙佛)로된 불상은 처음이라 내부로 들어섰지만 금박이 입혀진 평범한 불상이였다. 천장을 바라보니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머리가 있어 스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에 담았다. 그 모습에 한참을 올려다 보았다. 대목수의 재치인지 아니면 무슨 사연인지 있었으면 했다. 대웅전 뒤에는 탱화 보관함이 있다. 당간지주에 펼쳐질 탱화를 그려보니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이 그려진다.
불회사는 계곡을 앞에 두고 세로 길게 전각이 배치하였다. 기단 또한 높아 전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여전을 뒤로 기단을 올려 대양루와 종각 그리고 좌로 심검당 등이 있으며 한 기단을 높여 대웅전과 나한전, 명부전, 삼성각 등이 있으며 그 뒤로 동백림과 비자림이 병풍처럼 둘러친다.
불회사는 백재 불교의 도래와 연관되어 마라난타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려말 원진국사에 의해 삼창되었다고 한다. 원진국사의 승탑이 건너편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불회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대웅전을 나와 삼성각과, 명부전, 극락전으로 이동하였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양팔을 벌리듯 서 있다. 상처가 많은 것이 세월 또한 그러하겠다. 양팔에는 보호대까지 하고 있다. 그 사이로 대웅전 앞마당과 종각이 보인다. 사람들이 뜰을 거닐고 있다. 호젓한 산사의 모습이다.
오던 길을 내려와 석장승을 마주하고 일주문을 벗어났다.
석장승은 남녀로 여장승은 눈썹이 남장승은 수염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