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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선암사

by 허허도사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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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기나긴 여행을 하고 돌아와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와 다행이다. 참 고맙고 고맙다.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 감사하리라.

 

월하정인은 쉬고 싶었을 것이다. 어제부터 흩날리는 눈발은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학교운동장이 하얗다.

산사가 그립다. 눈 덮인 기와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 차를 달려 선암사에 도착하니 눈이 제법 내렸다. 매표소를 지나자 바닥을 얼어 썰매를 타도되겠다.

산속으로 들어와서 일까 어찌 고양시보다 춥게 느껴졌다.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 남도의 따뜻함을 느낀다. 바위위로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흑백의 세상이다.

승선교를 지나니 사진놀이에 여염이 없는 숙녀들이 깔깔 웃으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옷차림이 몸에 닥 달라붙은 운동복차림이다. 월하정인 민망하지도 않나 왜 저런 복장으로 돌아다니는지 한 소리 한다.

강선루를 지나고 삼인당을 지날 때 까지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 차밭을 지나고 일주문에 들어선다. 범종루 아래 상품들이 눈에 거슬린다.

대웅전 앞마당 삼층석탑을 돌고 있다. 아들의 건강을 비는 탑돌이를 하고 있다. 월하정인 눈 내리는 산사에 무념무상인 듯 몇 바퀴를 돌고 있는지 언제 끝낼지 한참을 기다려도 돌기만 한다.

월하정인은 불상이 가장 많은 불조전에서 삼배를 올렸다.

원통전을 지나 선암매를 바라보니 꽃망울이 제법 굵어졌다. 추위만 아니면 한두 송이는 볼 수 있었겠다. 산신각에 들어서 예를 올리니 눈발이 다시 시작되었다. 담장아래 피었던 백매는 그만 만개도 못하고 얼어 버렸다.

경내를 빠져나와 운수암으로 향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가보지 않으면 허전할 것 같았다. 굽어진 길을 따라 적막한 숲길을 걸으니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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