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월명암이 궁금하였다. 남여치에서 차량들이 가득하여 주차를 하고 등산지도를 보았다. 지척에 있는 줄 알고 가볍게 내렸는데 월명암까지 1.9km라고 한다. 지끔까지 누적된 피로에 망설이고 있던 차 누군가 한번은 가봐야 한단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한번은 봐야 한다고 한다. 월하정인 바로 등산스틱을 준비한다. 발목 상태도 안 좋지 않음에도 한번은 가봐야 한다며.
남여치 추차장에는 렌터카가 만차를 이루고 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오늘 월명암에서 촬영을 하였다고 한다. 백종원과 함께 지역 음식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며 아직 프로그램명도 정해지지 않는 사전 촬영 중이라 비공개라고 한다. 촬영은 이미 끝나고 나머지 제작진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젊은 제작진들이 무거운 짐들을 들고 줄을 지어 내려온다. 우리 부부도 등산을 시작하였다. 조금 전 모녀가 월명암으로 향했단다. 조금 오르니 보살 3명이 내려오면서 월명암이 늦었다며 조심하란다.
우리 걸음으로 30분이면 오를만한 경사다. 중간쯤 그 모녀를 만났다. 겁도 없이 한시간 후면 해가질 이 시간에 그것도 초행길을 오른 이유는 월명암에 혹시나 몇 년 전에 출가한 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리를 보자 함께하면 좋겠다고 뒤 따라 오지만 우리 걸음을 따라오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 우리도 속도를 맞춰가며 걸었다.
해발 450m 낮은 고도임에 정상은 가까웠다. 그리고 길은 오솔길을 걷는 듯 평화롭다. 푸른 초록이 눈을 덮으니 아늑하며 멀리 산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아름다운 곡선들이 위안이 되었다. 월명암 200m를 남긴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니 대숲이 보이며 머위밭에 노랑상사화 군락이 펼쳐진다. 그리고 위를 보니 대숲사이 전각하나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월명암에 도착했다.
계단 위 털복숭이 삽살개가 문지기를 하고 있다. 객이 왔건만 해탈을 하였는지 본체만체다. 개를 무서워하는 월하정인도 개의치 않고 계단을 올라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것 같은 숲속에 뒤를 보니 내변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 광경을 보러 해가 질 것을 알면서도 올라왔다. 그 말처럼 한번을 볼만한 풍광이다. 직소폭포에서 보았던 그 풍경도 일부에 들어있다.
월명암은 조그만 암자라 생각했지만 대웅전까지 있는 사찰 규모다.
아직 정리를 하지 못한 제작진과 스님의 대화가 들린다. 자식 같은 애들이 짐을 부리니 마음이 아렸다. 같이한 모녀의 엄마는 누군가 찾는 듯 스님과 대화를 하지만 아무 소득없어 보인다. 누구를 찾든 인연이 아님을 스님은 말하는 듯 하여 그 모습이 보기에 좋지는 않아 보였다.
좋은 결말은 아니어서 월명암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어둑해진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왔다.
그리고 군산이 아닌 전주로 향했다. 막걸리를 먹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