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0.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지 무려 한 달 만에 자전거를 탔다. 가벼운 길을 택하여 별량면 거차마을 까지 달려 보려 한다. 봉화터널을 지나 동천에 도착하니 구름이 잔뜩끼고 바람한점 없는 날씨로 포근하였다. 자전거 타기엔 아주 좋은 날이다.
동천에는 겨울철새들이 제법 많이 날아들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작은 논병아리가 보인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크다. 강가에서 놀다가 사람들이 다가서면 뽕하며 물속으로 자맥질을 하다 저 멀리 한가운데로 떠오른다. 그리고 몸은 흑색에 주둥이가 희색으로 눈에 띄는 애들이다. 서너 마리 무리지어 놀고 있다. 그다지 경계심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보이는 청둥오리와 무리들이다. 경계심이 많아 먼발치에도 슬금슬금 피아여 도망간다.
백로와 왜가리는 돌아갈 생각을 않고 눌러 앉을 샘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바람이 불면 날리는 깃털이 무척 춥게 보인다. 바위 위로 목을 깊게 파묻고 쉬는 모습이 쓸쓸하다. 올겨울도 무사히 보내길 바란다.
강가 버드나무에는 아직도 파란 잎들이 남아 하늘거린다. 동천에는 출렁다리에 이어 스윙교(보행다리로 우천시 조류흐름을 피해 양옆으로 다리를 접을 수 있도록 제작된 다리)가 설치중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을 지나자 조류독감바이러스 검출로 폐쇄되어 강변도로를 타고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이사천을 건너 동천과 합류 하였다. 그리고 대대마을을 지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별량으로 넘어 간다.
십이월 순천만 뜰은 철새들의 보호를 위해 갈대 울타리가 쳐진다. 그 너머에는 흑두리를 비롯한 각종 철새들이 들녘에 떨어진 이삭을 찾아 겨울을 보낸다. 해질 무렵이면 반상회를 하듯 철새들은 때창을 하며 날아오른다.
월하정인 어느새 노랗던 들판이 휑하니 베어졌다고 한다. 한달이 넘도록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계절이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이십여일 남았단다.
농한기 인적 없는 들판을 달려 바닷가 마을에 도착한다. 우명마을이다. 이곳도 인적 없기는 마찬가지다. 갯벌이 드러났지만 빠르게 움직이던 갯것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뻘배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철새들만 들물을 따라 움직인다.
오늘의 목적지 거차마을 뻘배체험장에 도착했다.
오늘의 계절음식은 무엇일까 궁금해 한다. 지난여름 칠게장 비빔을 맛깔스럽게 먹었다. 요즘은 낚지와 문절구, 굴찜이 제철이다. 둘이 먹기에 낚지는 부담스러워 고막무침을 주문하였다. 가장 빨리 먹을 수 있단다. 문절구는 손질하는데 시간이 걸린단다. 수족관에는 문절구와 숭어새끼가 놀고 있었다.
코로나로 밖에서 먹을까 하였지만 오랫동안 앉아있으니 점점 추워져 실내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밑반찬에 굴무침과 삼삼한 배추나물 등 요리에 내공이 느껴진다. 막걸리 한잔을 걸치니 본 요리가 나왔다. 이곳은 접시에 담아오지 않고 양푼채 나온다. 그래서 그 양을 가늠할 수가 없다. 큼직한 고막살이 가득찬 매콤한 무침은 한점두점 입으로 향할수록 입안을 자극하여 공기하나를 주문하니 비벼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한 양푼이 늘었다. 포만감이 깊숙하게 느껴지는 순간 주인장은 비닐봉투를 주신다. 남은 고막무침은 포장해 소면에 곁들어 먹으면 맛있단다. 그렇게 막걸리 두병을 비운채 자리를 일어서니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