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4.
아파트 베란다에서 춤추는 히말리아시다를 본다. 심하게 요동친다.
월하정인 마트에서 일을 하면 나는 자전거를 타고 주암 용두 시골집으로 향한다. 길게는 70km 짧게는 50km되는 거리다. 바람이 요동치는 오늘 같이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길게 타다간 지옥행이다. 그래서 최단거리로 곧장 향했다. 수릿재와 접치재를 넘어야 한다. 그리고 용두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
봉화터널을 넘어 동천에 접어드는 순간 북풍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패달을 밟아도 좀처럼 속도가 붙질 않는다. 그래도 생각보다 쌀쌀하지 않아 다행이다. 물위에는 겨울철새들이 자맥질을 한다. 서면을 지나니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곳저곳 성처럼 올라가고 있다.
서천으로 들어서니 강가에는 민물새우를 잡느라 분주하다. 서면 학구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30분이나 지연되었다. 맞바람에 힘을 주었더니 벌써 허벅지에 피로감이 느껴진다. 잠시 쉬어 수릿재를 넘어 승주읍을 지난다. 아스팔트위에 나락을 말리고 있다.
나락이 넓게 널려있는 것을 보니 어릴적 생각이 난다. 콘크리트 포장을 찾아 나락을 널어 지켜야 했다. 그리고 때가되면 당그래질을 하여 곡식을 뒤집어주어야 했다. 그렇게 며칠을 말렸다. 그 뒤론 가물거린다.
벼가 배어진 들판은 훵하다. 접치재를 넘어 주암으로 들어섰지만 아직도 15km가 남았다. 편의점에서 맥주한캔을 마시며 노래가 몇곡이 흘렀다. 주암 광천을 지나 용오름 마을에서 다시 한참을 올라가 주암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고작 50km를 달렸는데 체감상 70km를 달린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