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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05

백암산 소나무 장흥 백암산 상황봉에서 백학봉 가는 길 절별 위로 소나무가 자란다. 건조한 바위틈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자라고 있다. 길목에는 백양계곡을 내려 보며 낮게 드리운 소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아선다. 예사롭지 않은 소나무는 백학송이란다. 너럭바위에 자란 가슴높이의 몸통은 닳고 닳아 반질거린다. 올라가지 마시오.란 경고문이 붙어있다. 아마도 탐방객들에 의해 몸살의 흔적이다. 사진을 찍겠다고 사람의 발에 치어 절반쯤 기울어 자란다. 기울이다 가지는 땅에 닿을 듯 낮게 드리운다. 그 모습이 처연하다. 소나무는 세월이 흐르면 가지를 내려뜨린다. 남쪽으로 향했던 가지들은 굵어지고 새로운 가지들은 처져 땅으로 향한다. 그 옆 육중하게 자란 소나무 두 그루가 가지를 길게 뻗고 자란다. 호위 무사처럼 .. 2023. 12. 13.
장평2길 담장 사이 하나의 공간일까 아니면 다른 공간일까. 동물원의 원숭이는 관람객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담장 안이 자기의 공간이라고 아니면 그 반대일 것이라고 세상사 담장을 허물면 될 것이다. 시골집에 대문을 떼어버렸다. 담장도 허물고 싶었다. 어르신들 대문은 있어야 혀. 했다. 그래서 방부목으로 낮은 대문을 설치하였다. 제주도의 정낭처럼 대나무 작대기 하나만 걸치고 싶었다. 누군들 솟을대문을 들이고 싶었겠다. 이 집도 솟을대문을 들였다. 그 영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대문은 주저앉았다. 담장 안을 볼 수가 없다. 모습이 궁금하여도 볼 수가 없다. 대문도 굳게 닫혀 있다. 키 높이의 담장은 세상을 단절시켰다. 각자의 세상에서 단절을 꿈꾸며 갇혀있다. 양철 쪼가리를 이어 붙인 지붕은 틈이 벌어지고 있다. 녹도 번지고.. 2023. 11. 29.
몽블랑 149 집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월하정인은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반신욕기 위로 몽블랑이라 쓰인 종이 가방이 보인다. 헉 진짜로 주문하였다. 만년필의 끝판왕 몽블랑을 겁도 없이 주문한 월하정인 직진본능은 대단하다. 몇 주전 결혼기념일 선물을 물었다. 라이카란 말은 하지 꺼내지 말란다. 사준다고 하여도 몇 번을 거절하였다. 천만 원에 가까운 카메라를 사기는 그 쓸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자 만년필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어느덧 만년필 수집가가 되었다. 무슨 만년필 하니 무심코 몽블랑 149를 꺼냈다. 백만 원이 넘는 고가이다. 그리고 나에겐 145, 146이 있다. 고이 모셔두고 있다. 149가 들어오면 완성되는 조합이니 내심 갖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백만 원이 넘는 필기구를 쓰겠는가. 그래서 나에게 없는 브랜드.. 2023. 11. 23.
태백 도계1터널을 지난다. 화려했던 탄광촌은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지만 부대끼는 동질감을 얻는다. 내 어릴 적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다. 나에게만 보이는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길 바라지만 나는 삶이 보이는 그림이 좋다. 남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그곳이 삶의 원천이다. 굴곡진 삶 그곳이 천국이다. 슬픔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비탈진 그곳이 삶의 터전이다. 다들 좋은 것만 추구한들 누가 초라한 삶을 살 것인가. 그곳은 멸망이며 사람 사는 공간이 아니다. 노동의 대가를 치러야만 사회의 일원이다. 직업의 귀천도 방임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23.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