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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미진이용원

by 허허도사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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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가 이용원으로 바뀐 지 언제일까? 이발소 하면 목욕탕이 떠오른다. 새벽 찬 공기 속을 가르며 뿌연 탕 속에서 몸을 불려 때를 밀고 다시 아침 찬 공기를 마시며 돌아올 때 이발소로 향한다.

첫 기억은 흰 가운을 입은 이발사가 판때기를 의자에 걸치고 올려 앉혔다. 흰 천을 목에 감았다. 너무 꽉 죄어 목이 아팠다. 고개를 젖히고 바리깡으로 밀었다 차가운 금속 피부에 닿자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사각사각 금속가위 소리에 귀가 자극했다. 타일로 마무리된 수조에 머리를 숙이고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겼다. 양철 조리로 물을 뿌리며 빡빡 치대었다.

중학교 때 상고머리를 할 때 겨울 뒤 봄날이 찾아오는 계절 뒤통수가 시렸던 그날도, 위병소 앞 허름한 이발소에서 머리를 빡빡 밀고 아버지의 배웅을 받고 입소하던 날, 20대 방배동 주택가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짧은 치마를 입은 아줌마가 가랑이 사이로 맨다리를 밀어붙이고 면도하던 날, 그날 이후 이발소를 찾지 않았다.

내 머리카락은 중학교 이후 귀밑머리가 구부러지더니 고등학교 때 완전 곱슬머리로 바뀌었다. 그 후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다.

미진이용원은 2014년 로드뷰를 찾아 그렸다. 지금은 플라타너스도 잘려 사라지고 간판도 지워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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