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고인돌 시장에서 감태 김치를 구매하였다. 돌아오는 길 선암사로 향했다.
겨울 선암사
오후 3시 빛보다는 어둠이 낮게 드리웠다. 계곡의 물소리는 여전히 깨끗했고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숲은 고요했다. 고목의 나무들의 가지는 세밀했고 빛을 좇아 길을 걸었다.
야생차체험관은 휴관이다. 꽃도 지고 없는 회색의 세상이다. 차꽃도 흔적 없다. 커다란 삼나무숲을 지나니 빛이 약하게 스며든다. 건조한 수피에 그나마 초록의 잎으로 색을 더하고 있다. 영선교를 건넌다. 계곡의 물은 차디차 하늘을 머금고 있다.
선암사 일주문에 들어서니 지금껏 무심코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문이 없다는 것을 산문을 지키는 사천왕상이 없었다. 그 순간 경계가 허물어졌다. 무수히 지나쳤던 순간들이 허무해졌다.
그 맞은 편에 서 있는 죽은 나무의 등껍질이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버티고 있었건만 30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지 생각했다.
선암사 경내를 들어선 순간 지금껏 보았던 난잡한 현수막이 보이지 않았다. 무소유의 가르침이 무색할 만큼 불사를 외치는 현수막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껏 이렇게 정갈한 경내는 처음이다. 각종 연등과 현수막이 걷히니 본연의 전각들이 보였다.
대웅전 앞 대불 아래 모녀가 소원을 빌고 있었다. 선암사는 촬영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금기를 깨우친다는 것은 우상에서 벗어남이다. 수행의 목적임을 깨닫게 해준다.
고요한 산사의 봄을 기다리며 고매의 앙상한 가지와 왕벚나무의 고부라진 가지들이 그랬다. 그리고 푸른 식나무와 팔손이가 그 시간을 연결하고 있다.
장경각 앞 전나무 아래 잠시 앉았다. 삼지닥나무가 꽃대를 달고 있다. 장경각 담장 너머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까마귀 한 마리 감을 쫓아 먹고 있다.
연못엔 수련 잎 위로 살얼음이 얼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 빛이 사라지기 전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강선루를 지나 승선교를 지나자 홍교에 비친 강선루가 보고 싶었다. 물에 비친 강선루와 승선교가 원을 이루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세월은 흘러 고목의 나무들은 쓰러지고 땅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렇게 순례의 길을 따랐다.
산사
순천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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