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섬으로 통영 소매물도
여행은 지출이 따른다. 네 소득의 몇 프로를 할애하여야 하나 고민스럽다. 매주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떠나기 마련이다. 다음 일을 걱정하기란 인생이 너무 짧다.
새벽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올해 이 길을 유독 많이 지나쳤다. 며칠 전 창원 출장길에도 비진도와 마산 비치로드 길을 걸을 때도 같은 길을 지나쳤다. 변함없는 길 위에도 안개가 드리우고 들녘은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여름 같은 가을 새벽이다.
통영을 지나 거제시로 그리고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저구항 매물도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소형여객선을 타고 9시에 출발 50분을 달려 매물도를 거쳐 소매물도에 도착하였다.
소매물도는 두 개의 섬이 70m 자갈길(몽돌)로 이어져 있다. 길이 갈라져야 본섬에서 등대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늘 물때는 9시부터 14시까지라고 한다. 아마 지금쯤 물이 빠지기 시작하겠다.
소매물도 둘레길은 짧았다. 그리고 해발 152m로 완만하다. 마을을 가로질러 매물도관세역사관을 거쳐 등대섬을 건너 다시 둘레길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였다. 둘레길은 2.7km다. 탐방로는 아니지만 등대섬까지 단거리로 1.3km 코스도 있다. 우리는 이 길을 따랐다.
선착장에 내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출발하였다. 일부는 둘레길로 우리는 수직으로 빠르게 올랐다. 그 길은 마을을 벗어나 계단 길로 이어졌다. 바닥에 파란색으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을 알려준다. 마을을 뒤로하니 푸른 바다 위 섬들이 둥둥 떠 있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계단으로 보라색 칡꽃이 떨어지고 바람결에 꽃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간다. 이내 숲으로 들어서니 동백나무 군락이 암막을 펼치듯 어둠 속으로 들어와 눈을 멀게 한다. 촘촘한 빛은 밤하늘 별빛 같다. 정상까지는 짧았다. 하지만 30도가 넘는 폭염에 온몸을 적셨고 바람은 부는 듯 마는 듯 하다. 정상까지는 0.7km로 매물도관새역사관이 하얀색 돔형 건축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정상이라고 잠시 쉬어가기란 아쉬운 거리다. 바로 등대섬으로 향했다. 내려가는 길도 오르는 길과 같이 수직이다.
망태봉 전망대에 인증사진을 남겼다. 지척에 매물도가 보였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국립공원 직원이 매물도가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에 매물도를 찾자고 했다.
등대섬이 보였다. 등대섬으로 건너는 사람들이 점으로 찍힌다. 주변은 온통 짙푸르다. 주황색 지붕을 올린 사택이 유독 도드라졌다.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몽돌이 젖어있다. 물이 빠지고 있었다. 월하정인은 돌에 미끄러져 한쪽 발이 빠졌단다.
수직으로 하강한다. 그리고 산들거리는 초원지대를 지나 몽돌해변으로 내려온다. 더위에 바다로 입수하는 일행도 있다. 아직 바다는 따뜻했다.
바닷물을 맑았고 갯바위에 굴이며 거북손이 붙어있다. 손을 더듬으면 뭐라도 잡힐 것 같은 바다다.
자갈길은 바다를 가르며 걷는 기분이다. 자갈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속삭이듯 자작거린다. 뒤를 돌아보니 소매물도가 낮게 드리운다. 계단을 오르고 등대에 도착하니 먼저 올라온 일행이 등대에 기대 맥주를 마시며 바다 멍을 때리고 있다. 우리도 배낭을 풀고 바닷바람에 멍을 때렸다. 그늘은 시원했다. 푸른 바다는 눈을 맑게 해주었다. 푸른 바다를 안주 삼아 우리도 맥주를 마셨다.
등대섬에서 내려와 몽돌해변에 잠시 쉬었다. 배 한 척이 멈추더니 발판을 들고 내린다. 그리고 우리 일행을 향해 선착장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두당 만원이란다. 거친 산길을 다시 걷고 싶지 않은 이들은 서둘러 배로 향했다. 그 인원이 열이 넘었다.
등대섬을 나와 다시 매물도 둘레길을 걸었다. 섬의 반대편은 별반 차이 없이 숲은 아열대수종으로 짙푸르다. 매물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섬이 섬다웠다. 둘레길은 거칠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무더위에 배를 타고 돌아갈만 하였다. 갯바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높은 바위 위에 위태롭다. 배는 수시로 낚시꾼을 갯바위에 싣고 왔다.
둘레길을 내려와 선착장에서 소주를 마셨다. 소라와 돌멍게 등 해산물에 배가 도착하기 전까지 언제 더위가 물러갈지 말도 못하게 더운 여름 같은 가을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섬
소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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