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대 가는 길
천왕봉에서 되돌아와 갈림길이다. 입석대 신선대를 지나 문장대까지 2.8km다, 천왕봉에서 보았던 암릉구간을 거슬러 문장대까지 천고지의 길을 걷는다. 계단도 있고 평평한 오솔길도 있고 기암괴석도 마주한다. 길은 완만하게 가다가 봉오리가 있는 곳에서 가파르게 내려가 다시 오름을 반복한다. 또 하나의 석문을 지난다. 이끼가 융단처럼 퍼지고 나무에는 버섯이 층을 이루고 자란다. 조릿대가 키만큼 자라 비집고 지나가는 길도 있다.
코주부 같이 생긴 입석대에서 암석 사이로 하늘이 푸르다. 가을 정취를 느낀다. 바람 끝도 서늘하게 변했다. 어제 저녁 숙소에서 한기를 느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이 있다. 바위채송화와 물봉선 까치고들배기 산오이풀이 흰색 자주색 노란색으로 피어오른다.
펭귄 닮은 바위와 마주하며 산허리를 돌고 돌아 신선대에 도착했다. 신선대에는 휴게소가 있다. 알록달록 파라솔이 서있는 휴게소에 잔술이 유혹한다. 산행 중 음주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그래서 유혹을 물리치고 문장대로 향했다.
1.1km 30분이면 갈 거리는 묵직한 다리에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가파른 계단 앞에 쉬고 있는 등산객을 뒤로한 채 한 발 내딛는 걸음이 무거워 보이는 월하정인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 바위들은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그것이 그것이었다.
문장대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것이 새롭다. 겹겹이 쌓은 돌들 위로 공깃돌같이 생긴 둥근 바위가 올려있다. 전망대 아닌 전망대로 계단을 타고 올랐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나타났다. 이제 것 달려온 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에 담아야 할 순간들은 사진으로 담기에 한계를 느끼게 한다. 사방을 둘러보고 새로움을 느낀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많아 허탈함을 느낀다. 또 다른 행성에서 바라보는 느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문장대에서 법주사 가는 길
문장대에서 급하게 내려간다. 700고지에 다다를 때 물소리가 들렸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사람이 옹알대는 것처럼 환청이 들린다. 월하정인은 천왕봉 가는 길보다는 수월하고 경치는 천왕봉 길이 좋다고 한다. 데크길이 있어 편안하게 보였을 것이다. 용바위골휴게소에서 산행은 끝이난다. 2.2km 순식간에 내려오고 어둑해진 임도를 따라 내려와 세심정에서 속리산세조길을 따라 주차장에 도착했다.
법주사는 산행의 피로에 지나치고 곧장 순천 집으로 내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