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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by 허허도사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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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 패키지 두 번째

2월 윗세오름을 탐방하고 백록담이 보고 싶었다. 패키지를 검색하니 완도 성판악 등산코스가 있어 예약하였다. 5월은 한라산탐방예약이 마감되어 65일 출발을 예약하였지만 인원이 모집되지 않아 취소되었다. 다시 610일 자로 예약하였지만 그마저 인원이 모집되지 않아 취소되었다. 여행사에서 여수 윗세오름을 예약하면 택시로 성판악까지 이송하겠다고 한다. 한라산은 성판악 코스로 05~08시로 예약하였다.

여수에서 0020분에 출발하여 제주도에 0630분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개별로 성판악으로 출발하였다. 월하정인의 기운으로 하늘은 맑고 좋았다. 편의점에서 김밥을 구매하고 성판악에 도착하니 0740분이다. 성판악 주차장을 만차로 국제대학교 환승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예약시스템 QR을 확인하고 탐방로에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은 13시까지다. 진달래대피소는 15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입구부터 아열대 수림으로 빽빽하다. 굴거리나무 군락으로 초록세상이다. 현무암은 초록 이끼와 초목에 쌓여있다. 간간이 드러난 계곡에는 약간의 물이 흐른다. 초입부터 울퉁불퉁 돌이 깔린 탐방로에 발 딛기가 조심스럽다. 해발 800고지는 덥고 습했다. 돌계단과 데크길이 반복되며 1,000고지가 넘어가자 제주조릿대가 잠식한다. 숲은 서어나무, 떡갈나무에서 주목군락으로 바뀌고 해발 고도가 오를수록 키 작은 나무로 바뀌었다. 1,300고지에서 사라오름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왕복 40분이라는 안내에 잠시 망설였지만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가파른 데크 길을 이어갔다. 꽃들이 사라진 계절이지만 구불구불 자란 산딸나무에 꽃이 피었다. 벚나무를 의자하고 자란 덩쿨수국이 꽃대를 올렸다. 오르는 길은 5분도 안 걸렸다. 산정에 호수라 이국적이다. 바닥에는 송이석이 깔려있었지만 물은 찰랑거렸다. 가장자리에는 솔이끼가 수북하게 자란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호수 위를 걷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에는 개구리 한 두마리 헤엄치고 있다.

전망대로 오르려는데 막다른 길로 백록담을 가려면 돌아가고 한다. 그 말에 길을 돌렸지만 또다시 걸음을 돌렸다. 누군가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 좋다고 꼭 보시라 한다. 전망대에서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다. 허기진 배를 김밥 한 줄과 맥주로 대신하고 아래를 보았다. 제주 앞바다가 구름 아래 펼쳐진다. 그리고 위로 백록담이 들어왔다. 급하게 내려오는 능선에는 나무들이 융단처럼 자라고 있다. 30년 전에 보았던 초원지대는 사라진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라오름을 내려와 탐방로를 이어갔다. 진달래대피소까지 1.5km 그리고 정상까지 2.3km 아직도 2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30년 전 부모님과 함께 성판악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올랐다. 그땐 정상이 개방되기 전이다. 그때의 기억으로 진달래대피소까지 초원지대로 털머위가 지천으로 피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기억이 왜곡되었나 싶을 정도다. 1,300고지가 넘어가자 구상나무 군락으로 변하고 붉은 병꽃이 피었다. 설앵초와 큰앵초도 피었다. 미나리아재비는 바닥에 바짝 엎어 꽃대를 길게 올렸다. 양지꽃도 간간이 피었다. 진달래 대피소에 잠시 쉬었다. 산행을 이어간다.

하얗게 쓰러진 구상나무가 애처롭게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상나무꽃이 피었다. 달걀처럼 봉긋하게 피었다. 위를 보니 개미처럼 행렬을 하고 위로 향하고 있다. 1,800고지가 넘자 구상나무는 사라지고 바위에 바짝 붙어 자라는 눈향나무, 매발톱나무, 시로미가 자라고 털진달래가 피어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줄이 길게 이어진다. 정상을 보려고 대기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줄은 백록담 표지석에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뭐라고 우리는 그 줄을 거슬러 백록담 위로 올랐다. 데크 위에서 백록담을 내려다보았다. 분화구에는 물이 고였다. 사진에서 보았던 모습이다. 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걸쳐있고 그 아래로 암석들과 초목들이 몰려 내려가고 있다. 그 크기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이걸 보려고 5시간을 올라왔다.

백록담 표지석에는 여전히 인증사진을 찍는 이들로 줄이 이어졌다. 데크에서 백록담을 찍고 있을 때 비켜주세요한다. 그래서 눈치를 보며 5~6m의 뒷공간을 비워두었다. 굳이 남의 피해를 주면서 사진을 찍어야 할까 했다. 또한 일행끼리 단체 사진을 찍으면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을 것을 개별로 찍어야 했는지 사진 한 장 남기려고 존경스러웠다.

하늘 위를 걷는 듯 급하게 내려간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신비롭다.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길도 새로운 길이다. 올라올 때 보았던 꽃들을 담으며 내려간다. 마가목꽃도 흰병꽃나무도 숲속에 수줍게 피어있는 줄딸기와 백미꽃도 낮은 자세로 보아야 할 작은 두루미꽃과 섬족도리풀도 피었다.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이들은 애처롭다.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모습에 투정 부리는 꼬마도 언제 올라갈까 걱정이 된다. 진달래대피소 입구는 문이 닫혔다. 성판악에 내려오니 그 문도 닫혔다. 7시간 30분을 산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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