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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마을이 사라진다.
비록 낡고 초라한 집이지만 추억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오백 살 당산나무 아래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아름다운 마을은 신도심에 밀려 빈집으로 변하고
애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마을로 쇠퇴하여 결국 종말에 이르렀다.
철거를 알리는 황색 경고판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주인을 잃은 빈 보행차가 우두커니 서 있다.
그곳을 지키는 것은 고양이 한 마리 석양에 졸고 있다.
잠시 머리를 들더니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묻는다.
각자 취향에 맞춰 지어진 집들은 허물어지고 콘크리트 기둥이 하늘을 가리고
닭장처럼 네모진 공간 안에 이야기 소리는 갇힌 채 TV 화면만 깜박거린다.
나도 그 공간에서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