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일)
합천 가야산 남산제일봉
해오름정기산악회로 여름 산행의 시작으로 가야산 남산제일봉으로 정했다.
버스는 남해고속도로를 달린다. 모내기가 끝난 들판은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차안에서 졸다 깨다 반복하니 해인사 매표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길은 굽이지고 곧장 황산주차장을 지나 청량동마을 입구에 하차하였다.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짙은 구름이 끼었지만 햇살은 따가웠다.
오늘 산행은 청량동 마을 – 청량사 – 청량동탐방지원센터 – 남산제일봉 – 돼지골탐방지원센터 – 해인사주차장 7km 4시간 산행하였다.
마을길을 따라 청량사로 향한다. B팀은 소리길을 걷고 또한 A팀은 남산제일봉 산행을 한다. 오늘 많은 인원들이 참여하였다. 정상까지는 3.3km 다소 짧은 구간이지만 그만큼 경사가 깊다는 것이다. 마을 입구부터 가파른 길을 따라 걷는다. 포장된 길은 지루하다. 서로간의 대화가 없다면 더욱 했겠지만 일주일 만에 서로간의 안부와 우스갯소리로 이어진다. 항상 그렇지만 나는 제일 끝에 걷는다. 사진을 찍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많은 것을 보아야 한다.
차도 힘들게 올라오는 길을 걸어 숲과 경계에서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청량사다. 청량사는 해인사의 부속암자다. 대웅전을 갖춘 암자가 아닌 절이다. 그리고 대웅전에 안치된 석불 그 앞에 거대한 석등과 석탑이 보물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일행들을 멀리하고 청량사를 구경하였다. 입구에서 백구가 따라왔다. 목줄도 없이 자유로웠다. 그리고 짖지도 않았다. 청량사를 내려오니 백구도 따라 내려왔다. 청량동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등산로에 들어서니 앞장선다. 그리고 전망대까지 따라왔다.
입구부터 경사가 남다르다. 바위들 사이로 난 길을 지그재그 오른다. 백구는 나뭇가지를 물고 오른다. 그만 돌아가라고 하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숲은 울창하고 푸르렀다. 풍성해진 잎들은 하늘을 가렸고 어제내린 비로 습도가 올라왔다. 깔딱 고개를 방불케 하는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땀이 줄줄 흘렀다. 어제 마셨던 알골이 분해된 듯 척척하게 적신다.
백구는 여전히 따라왔다. 뒤늦은 일행들과 합류하여 정상으로 향한다. 숲은 기울어져 우리를 내려다본다. 고개를 올려도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 환하게 빛이 투영될 때까지 오르니 능선에 다다랐다. 이제 조금 여유를 부릴까 했지만 계단이 나왔다. 전망대에 도달하여 산세를 조망한다. 분지처럼 둘러쳐진 그곳에 해인사가 옴팍하게 자리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기이하다. 이제부터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누구가가 말한다.
잠시 쉬어가야 했다. 갈증에 막걸리를 연거푸 마셨다. 젓은 옷이 마를 틈도 없이 길은 이어갔다. 어제와 같은 바람이 불었으면 하였다. 하지만 미동도 없다. 바위틈에 자리를 잡은 돌양지꽃이 노란 꽃을 피웠다. 꼬리진달래도 조그만 꽃이 만개하였다. 형형색색의 등산객도 바위틈에 꽃을 피운다. 하늘과 맞닿은 그곳에 사진에 담아본다. 그래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잘 자란 소나무를 배경삼아 담아보고 바위틈에도 담아보고 아찔하게 올라도 가본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리를 잡는다. 남산제일봉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푸른 숲을 뚫고나온 암봉 사이로 수직계단이 단계적으로 설치되어 상승하고 있다. 그 비경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기울였다. 멀어져가는 일행의 뒷모습에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길은 함께함인데 혼자서 멀찍이 떨어져감에 허탈감이 든다. 점심을 마무리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건장한 소나무들이 암봉 사이로 풍경되어 들어온다. 철계단을 밟고 오르니 천상의 비경이 펼쳐진다. 민망한 엉덩이만 아니 였으면 좋았을 것을 머리위로 엉덩이가 출렁였다. 아래를 보니 푸른 융단아래 합천의 들녘이 이어진다. 철계단 이전의 등산길은 밧줄에 힘입어 올랐을 것을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그 흔적은 쇠고리가 박힌 바위에서 가늠한다.
수직계단을 오르니 바위들이 뒤엉킨 정상에 남산제일봉(1010m) 표지석이 보인다. 푸른 하늘과 맞닿는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그래서 산을 힘겹게 오르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사방을 둘러보는 파노라 같은 영상에 흠뻑 취해 사진에 담아본다.
이제 하산길이다. 계단을 밟고 수직으로 내려오니 기암들은 사라지고 흙길로 변한다. 숲은 적막하여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소나무의 붉은 수피에 각종 수목의 수피가 대조된다. 같은 산임에도 오르는 숲과 내려가는 숲의 기운이 달랐다. 그럴 것도 살아가는 방식이 틀렸을 것이다. 우리의 삶과 같은 숲이었다. 숲처럼 자기의 타고난 천성대로 살았으면 한다. 맑은 물과 투명한 햇빛처럼 비난하지 않고 바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길 바래본다.
목교를 지나자 길이 제법 넓어졌다. 일열 행렬은 좌우 행렬로 바뀌었고 곧장 돼지골탐방지원센터가 나왔다. 그리고 해인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