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7(일)
지리산 칠암자길(육암자길)
해오름정기산악회 칠암자길은 암자 찾기를 즐기기에 한번은 찾아가고 싶은 길이었다. 도솔암에서 실상사까지 하지만 도솔암은 비법정 등산로에 있어 부처님 오시는 날에만 개방된다. 그래서 도솔암을 제외한 육암자길이다.
어제에 이어 산행을 하니 몸도 무거웠다. 그리고 더위를 대비하여 얼음물을 모조리 챙겼다.
오늘 산행은 양정마을(함안) – 영원사 – 상무주암 –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 실상사(남원) – 주차장 12km 6시간 30분
이번 길은 산악대장도 해갈리어 마을 입구부터 해매였다. 마을 갈림길에서 임도를 타고 오르는 팀과 계곡으로 오른 우리와 출발이 달랐다. 마을 외딴집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는 이정표가 없었다. 찾기가 힘들었다. 웹을 구동하고 길을 찾았다. 다행히 일행 중 길을 기억하고 순조롭게 출발하였다.
등산로 입구는 너덜지대로 돌밭이다. 이끼가 말라붙어 원시림 같은 분위기다. 숲은 우거져 그늘지고 계곡의 물소리가 가까웠다. 숲에 들어서면 오감을 열어야 한다. 푸른 숲을 보며 바람의 결을 느끼고 청량한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까지....
길은 영원사 도솔암 갈림길에서 임도와 만나 영원사로 이어진다. 일행과 합류하여 영원사로 향했다.
영원사
거대한 석축위에 성벽처럼 둘러쳤다. 길은 유선형을 이루며 경사진 길을 따라 걸었다. 경내에 들어서니 무량수전 전각 앞에 놓여있는 수많은 석불이 놓여있다. 무량수전 옆 샘물을 한바가지 떠 갈증을 해결했다. 백초월스님 석상앞 인증사진을 찍는다. 나는 자갈 깔린 마당을 질러 연등 걸친 담장너머 지리산을 품어본다.
상무주로 길을 이어간다. 무량수전 전각 좌측으로 느티나무 뒤로 길이 열려있다. 봄이 갔건만 금낭화가 피었고 붓꽃이 피기 시작한다. 삿갓나물도 피었다. 지리산은 자연그대로 원시림 같은 숲을 간직하고 있다. 지면에는 양치류와 사초들이 그리고 각종 활엽수와 덩굴식물들이 더불어 자라고 있다. 하늘을 가려 빛조차 듬성듬성 내려온다.
둥굴레를 닮은 풀솜대가 고산지대임을 알려준다. 조금 가파르게 올라 하늘이 보이는 능선에 다다른다. 바위를 넘어서자 천고지가 넘어선다. 아직 산철쭉에 꽃이 달렸다. 바람에 한 떨기 떨군다. 그 연분홍 꽃잎 바위 위에 철썩 붙었다.
길은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아늑한 숲길로 변했다. 이런 길이면 백리 길도 걷겠다. 푹신한 흙길이 위로가 된다. 산능선을 돌아 너럭바위위에 고사목이 걸터있다. 아니온 듯 지나가소서. 문구를 보며 사진에 담았다.
상무주암
길을 돌아 내려가니 거칠어진다. 폐가처럼 보이는 건물과 화장실이 반듯하다. 조금 더 돌아가니 양지바른 낮은 담장 안에 상무주 암자가 서있다. 정제에 천년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다기에 한 바가지 들이켰다. 천고지를 뚫고 나온 샘물은 맑고 달았다.
이 높은 곳까지 수행처를 자초한 고승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천년동안 이어지는 동안 무언고립에서 무었을 느꼈을까. 아마 호랑이와 벗삼아 담배를 피웠을까. 곰과 꿀단지를 나눴을까.
문수암
갈림길에서 그만 길을 해매였다. 문수암으로 향할 길은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돌계단을 수없이 밟고 내려왔는데 아니란다. 다시 되돌아와 문수암으로 내려간다. 굽이굽이 내려오는 길목에는 물참대가 하얗게 흐트러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해우소가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문수암이다. 문수암은 안거 중으로 개방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담장아래 스치듯 지나간다.
점심을 먹었다. 줄곧 내달리다 때를 넘겼다. 오늘은 꼬마김밥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시원한 묵은지에 막걸리를 들이켰다.
삼불사
길을 이었다. 여전히 천 고지를 넘나들었다. 숲은 우거지고 길은 가파르게 내려갔다. 숲 너머 흙벽에 초록색 지붕을 올린 집이 보인다. 그 뒤편으로 벽도 지붕도 초록이 건물 한 채와 석탑과 석등 비석 뒷편 또 다른 전각과 마당달린 본당은 아직도 문풍지를 제거하지 않았다. 현판도 없는 건물들은 집도 아니고 법당도 아닌 모습이다. 그늘진 토방에 배낭도 풀지 않고 쉬어간다. 누군가 맥주 캔을 터뜨린다. 시원한 오이에 한 캔이 쉼 없이 들어간다. 내려가는 돌계단에 금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제 마지막 약수암으로 향한다.
약수암
고지가 내려가고 수목들도 변해간다. 700에서 600에서 500으로 내려오니 열기도 따라 올라온다. 고사된 소나무들이 흩어진 연필마냥 어지럽게 쓰러져있다. 숲 너머 전각이 희미하게 보인다. 대나무 숲을 지나 불두화가 피어있는 경내로 들어서니 보광전 아래 약수가 흐른다. 돌확 두 개를 넘나들며 사라지는 약수를 받아 또다시 들이킨다. 마지막 암자이기에 툇마루에 앉아 해맑게 웃어보았다.
실상사
약수암과 실상사를 잇는 임도를 타고 내려간다. 임도는 지루하다. S자로 흐르는 길을 가로 지르는 본능을 참지 못하고 수직으로 내려가길 반복하다. 단 몇 분의 차도 나지 않는 쓸모없음을 깨닫는다. 실상사 경내를 둘러보고 칠암자길이 아닌 육암자길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