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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봉암과 시무지기폭포

by 허허도사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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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주춤하자 오랜만에 산행을 하였다. 무등산 규봉암을 돌아 시무지기 폭포로 내려왔다. 짧은 산행이지만 그동안 움직이지 못한 근육들이 성질을 내고 있다. 사흘이 지났지만 풀리지 않고 있다.
여름 산행이 항상 망설여진다. 땡볕에 나서기가 어렵지 막상 걷기 시작하면 뜨거운 햇빛에도 걸을 만하다.
어제 내린 비로 후덥지근하다. 하늘은 먹구름이 둥실둥실 떠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은 비 오듯이 흘러내린다. 항상 그러하듯 초입이 힘들다. 월하정인은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숨을 고른다. 나도 힘들었다.
나뭇잎은 절정에 달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그래도 햇빛에 투영되어 잎맥이 보인다. 가을로 접어들 듯 꽃들도 여뀌와 며느리밥풀 등 보라색 계열의 꽃들로 바뀐다. 숲은 계절에 관계 없이 서늘하다. 그늘이 되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다. 소나무와 편백숲은 지나며 완만한 오름길은 도원마을 갈림길에서 끝나고 계단 지옥문이 열린다. 규봉암 700m를 남겨두고 오르는 길은 지금것 오른 길의 두 배나 더 길게 느껴진다. 오르막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 월하정인은 지옥계단 이란다. 300m 남짓한 계단길이 끝나면 비로소 규봉암에 도착한다.
광석대 아래 규봉암은 언제 보아도 멋진 풍광을 제공한다. 주상절리 기둥 위로 자란 소나무들이 오늘따라 도드라지게 보인다. 거친 바위틈을 골라 자리를 잡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수천 년에 걸쳐 무너지고 다져졌을 것이지만 살짝 건들면 곧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 위태롭기까지 하다. 그 사이를 비좁고 자란 식생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었다.
한여름이지만 900고지에 이르는 고원에서 땀은 금방 식어버린다. 담장 너머 화순 이서면의 드넓은 평야가 환하게 들어온다. 겹겹이 쌓인 산 능선은 저 멀리 지리산을 지나 남해까지 길게 이어진다. 시원한 샘물을 한 모금 하고 시무지기 폭포로 향했다.
왔던 길을 다시 걷기보다는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이 덜 지루할 것이다. 시무지기폭포갈림길까지 1.5km를 돌아간다. 이 길은 고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만하여 오솔길처럼 편안하다. 거친 너덜지대도 거의 없다. 길섶에는 뻐꾹나리가 한창이다. 또한 이름 모를 버섯들이 바닥이며 나무며 다양한 색으로 유혹한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 갈림길이 나온다. 시무지기폭포까지 600m 내리막길이다. 월하정인은 이 길이 그렇게 멀게 느껴진단다. 지옥의 계단처럼 그 이유는 오랜 걸음으로 근육이 긴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내리막은 그만큼 급하다. 물소리가 들리는지 아니면 빗소리인지 한참을 내려와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는 비가 오나 말거나 수량이 일정하다. 가랑비처럼 내리는 폭포수에 70m에 이르는 크기임에도 아담하게 들어온다. 사진에 몇 컷 담고 상상수목원으로 향한다. 빗방울이 한 두방울 내리더니 갑자기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서둘러 내려가는데 월하정인 널덜지대에서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산딸나무 열매 사진을 찍고 뒤따라가는 상황에서 곰 한 마리가 넘어지는 모습이다. 순간 당황하였으나 다행히 팔과 다리에 찰과상이 있을 뿐 큰 상처는 나지 않았다.
순간 빗방울이 거세진다. 나뭇잎에 바닥이 젖지는 않았지만 계속되는 비로 나뭇잎을 뚫고 모자 위로 떨어진다. 결국 쫄딱 젖고 말았다. 바닥이 질퍽거리기 전에 상상수목원으로 난 임도로 나왔다. 아랫마을에는 비조차 내리지 않았다.

산딸나무

뻐꾹나리
수까치깨

쥐손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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