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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by 허허도사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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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주차장-대각암-행남절터-장군봉-장박골갈림길-장박골정상-장박골습지-장군봉계곡삼거리-작은굴목재-비로암-대각암-주차장 11.18km 5시간 산행
조계산 오랜만이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으며 호남정맥이 흐르는 곳이다.
굴목재에서 이어지는 계류는 선암사를 지나면서 상사호로 이어진다. 선암사는 2018년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산지 승원 산사로 등록되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계류를 따라 형성되었으며 고태미가 살아있는 곳이다. 산 너머 콘크리트를 들어붓고 있는 송광사와 사뭇 다르다.
그 계류를 따라 걷는 길은 넉넉하다. 아름드리나무들이 팔을 벌려 하늘까지 가리고 있다. 그래서 시원한 그늘아래 편안하게 걷고 있다. 계곡의 물소리 나무위의 새소리까지 숲속에 들어선 느낌이다.
유ㅕㅓ월의 초여름 날씨다. 어제까지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은 구름에 가려 바람 한 점 없다. 해가 없으니 걷기에는 좋겠다.
삼인당을 지난다. 물이 가득 차야할 못은 바닥을 드러내며 시커먼 올챙이들이 꼬물거린다. 긴 가뭄에 올챙이 들이 난리다. 노랑어리연에 꽃이 피어 애처롭다. 삼인당을 사진에 담을 적마다. 차량이 주차되어 눈에 거슬렸지만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바닥이다. 이렇다 저렇다 한다.
대각암 오르는 길 마애불이 음각으로 새겨져있다. 월하정인 매번 지나는 길목에서 새롭단다. 그래서 또 묻는다. 예전에도 있었어 하며...
대각암에서 선암사를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굴곡진 산길은 수많은 발자국에 뼈대만 앙상하게 들어난 뿌리들이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다. 절개지 위 소나무뿌리로부터 서로 연결된 듯 이어지는 참나무의 뿌리까지 바위를 피해 이리 저리 꼬일 대로 꼬여버린 뿌리들이다. 그 길 위로 바윗길이 이어진다.
길도 변한 듯 숲도 변한다. 하늘을 덮어버린 숲속은 바람 한 점 없다. 비 오듯 내리던 땀도 한고비 쉬어간다. 오솔길 같은 흙길이 평지로 바뀌더니 다니 너덜지대를 지나고 가파르게 올라간다.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가니 행남절터다.
한번은 쉬어야지 한곳이다. 이 높은 곳에 전각을 올릴 생각을 하였을까 한다. 이제 흔적은 돌담과 수만은 와편 들이 그 내역을 알려줄 뿐이다. 다시 전각을 들여도 좋을 풍광이다. 계곡 깊숙이 들어와 눈높이에 보이는 산 능선들이 이어진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은 흐른 듯하다. 고목이 된 고광나무에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돌무더기 뒤로 조그만 샘에서 물이 흐른다.
이제 장군봉까지 사백미터 남았다. 길은 고산지대로 변하여 굵고 곧던 나무들은 바람에 굴곡지고 낮아진다. 까맣게 변해가는 고사목이 간간히 보이며 월하정인 숨소리가 거치러지며 쉬기를 반복한다. 오늘따라 힘들다며 등산용 스틱을 움켜잡는다. 어두운 터널 끝을 보는 듯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하나 비켜갈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산 정상이다 어디서 저 많은 돌들이 내려왔을까 돌무더기가 한길 높이다. 그 옆 호박돌로 장군봉 884m 표지석이 한쪽 뒹굴고 있다.
장의자에 앉아 맥주 한 모금 한다. 온갖 파리들이 반겨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줄만 하지만 오늘따라 무심하다.
월하정인 오후 출근으로 보리밥집은 가지 않겠단다. 그래서 장박골로 향한다. 장박골로 가는 길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목이다. 가는잎그늘사초가 바닥을 뒤덮여 하늘하늘 바람에 춤출 때 초원지대를 지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팔뚝만한 참나무들이 적당한 높이로 숲을 이루고 철쭉이며 노린재나무, 쇠물푸레나무 등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는 길은 평온하다. 그리고 장박골 습지대는 내가 좋아하는 습지 생물들이 있다. 지금은 동의나물 이파리만 보이지만 봄이면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장박골 삼거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밤하늘의 별처럼 때죽나무 꽃들이 떨어져있다. 산딸나무는 별을 달고 있다. 너무 커서 희다. 눈이 내려 앉은듯하다.
월하정인 왜 산딸나무야 하고 묻는다. 산딸나무는 가을에 산딸기모양처럼 붉은 열매를 달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언젠가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철쭉나무가 많이 보인다. 올해는 철쭉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철쭉 피는 시절에 이곳을 지나가 보면 좋겠다. 계곡이 가까워지자 다시 작은 굴목재로 올라간다.
굴목재에서 잠시 쉬어가며 감자 몇 알을 먹었다. 감자 맛은 알다가도 모를 맛이다. 달지도 않고 담백한 그 맛이 무슨 맛일까. 물 한 모금 넘기며 비로암으로 향했다. 선암사에서 멀리 떨어진 암자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길목에는 큰바위를 휘돌기에 불편한줄 알면서도 내려갔다. 월하정인 이런 곳에 암자를 지어가지고 힘들게 한단다. 그렇게 숲도 변한다.
모퉁이만 돌아서면 비로암이다. 하지만 암자로 가는 길은 막혔다. 지난봄에도 비로암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능선을 바라보며 쉬어갔는데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온다. 온갖 쓰레기 같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참선은 무슨 참선하며 차 공양은 참선이 아닌가 한다.
약수터를 가로질러 곧장 내려간다. 또 하번 숲은 변한다. 선이 굵게 뻗은 참나무 군락이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들은 내 몸통과 비교할 수 없이 크고 하늘높이 솟았다. 하늘 끝에 모인 나뭇잎들이 촘촘하여 빛조차 볼 수 없다.
그 길을 돌고 돌아 내려오니 대각암이 보인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오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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