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독도를 왜 가냐고 말한다면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동쪽 끝이니까. 그리고 왜놈들이 허튼소릴 하면서 애국심을 추켜세우는 곳이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북녘 끝 백두산과 남쪽 끝 백록담과 홍도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쉽게 가지 못하는 곳이다. 1년에 60일 정도만 갈 수 있다는 독도다. 외로운 섬 마냥 접도도 반겨주질 않는다. 울릉에서 독도까지 87.4km 떨어져 있다. 배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그것도 쾌속정으로 그만큼 파도의 저항도 크다. 쿵쿵거리며 파도를 맞받아치고 선창이 위아래로 파도와 넘실거리며 나아간다. 파도가 잡아먹힐 듯 난폭했다. 가지 못하고 회항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조바심 거렸고 울렁거렸다. 승무원은 파도가 거칠어 멀미약을 먹어야 한다며 검은 봉투와 흰 봉투를 손에 쥐고 익숙한 듯 우릴 지키며 태연하게 서 있다.
비가 온다며 잔뜩 흐린 날씨에도 파도는 거칠어 선내는 멀미에 구토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앞뒤 옆 할 것 없이 한 칸 건너 봉투를 품고 고개를 숙이며 속삭이듯 괴로워하는 것을 보니 나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거문도와 백도 흑산도와 홍도의 거친 바다에도 끝덕 없었지만 독도만은 달랐다. 그 와중 독도 접안이 가능하단 안내방송에 지친 몸에도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후 선창에 섬 하나가 흐릿하게 보였다.너무 흐려 흐린 하늘에 독도가 제대로 보일까 걱정했지만 선명하게 드리워진다. 갈매기섬에서 독도경비대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고맙고 슬퍼서. 20여 분의 짧은 만남에 이곳저곳 눈에 담았다. 너무 힘들어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아서다. 삼대가 덕을 쌍여야만 갈 수 있다는 이곳 누구의 덕인지 모르지만 고맙고 고맙다. 월하정인 덕이라 하란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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