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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은 개울가에 접해있다. 팽나무 한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느티나무는 개울 가운데 자라고 있어 우리 밭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그렇다. 그 나무는 2년 전 마을에서 30만 원을 받고 토목업자에게 팔렸다. 100년 정도 되는 나무가 30만 원이라니 서글프다. 개울 건너 언덕에는 500년 묵은 당산나무가 있다. 그 또한 느티나무다. 오래전 태풍에 몸통 한쪽을 잃었다. 누군가는 가끔 찾아와 그 아래 제단을 만들고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 보름이면 당제를 올리고 금줄을 쳤다. 지금은 당제를 올릴 젊은이들이 없어 그만 멈췄다. 그리고 속이 비어 벌도 드나들고 있다. 수술받은 흔적이 있고 한쪽 팔은 깁스도 하고 있다. 그 주변 새끼 나무들이 자라고 조그만 숲이 되었다. 그 사이 이팝나무도 한 그루 터를 잡았다. 봄이면 온통 하얗다. 그 자손인 듯 개울가에 자리한 나무는 한쪽 몸통이 썩어가고 있다. 검게 변한 기둥에 딱따구리가 구멍을 파놓았다. 그리고 버섯도 자라고 있다. 나는 나무 아래 데크를 만들어 쉼터를 만들 계획이었다. 나무 아래 해먹을 설치하고 파란 하늘을 베게 삼아 낮잠을 청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 나무는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다. 파간다고 한지가 또 한 해를 넘겼다. 나무가 주인인데 주인의 허락도 없이 거래되는 얄궂은 세상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