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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녘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 위 폐지를 가득 싣고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의 굽어진 어깨는 시내버스 차창 사이로 위태롭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접어진 골판지 상자들은 퍼즐처럼 올려지는 시간만큼 고물상 저울은 올라간다. 폐지의 무게만큼 쌓였으면 하는 한 끼의 노고에도 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한 끼의 고단함에도 질서 정연하게 쌓여있는 폐골판지를 보면 삶을 허투루 살 수가 없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찬비를 맞으며 오늘도 수레에 몸을 싣고 대로를 가로지른다. 첫차는 기사만이 텅 빈 차를 환한 빛으로 달린다.
나는 반대편을 가로지르며 이어폰을 끼고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