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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향일암

by 허허도사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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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다.
매일 비가 내리고 있다. 그 양이 많거나 적거나 시도 때도 없이 내린다. 봄비일 것이다.
매화꽃이 피었으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윗지방엔 눈이 온다고 한다. 그곳은 아직 겨울일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향일암으로 향했다. 바로 옆 여수이니 가깝기도 했다. 길이 좋아졌지만 돌산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좁고 구불거렸다. 엑스포항을 지나고 거북선대교 위로 케이블카가 대롱대로 바다를 건너고 있다. 저걸 탄 지도 오래되었다. 뭐든 빠르게 지나간다.
변함없을 것 같은 어촌마을에도 펜션과 카페가 마을 위로 들어선다. 바다가 풍경을 배경 삼았다. 바다다. 푸른 바다는 아니지만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다. 오늘은 하늘이 잔뜩 흐려 하늘도 바다도 제빛이다. 초행길인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차들로 쉬엄쉬엄 구경하고 가라고 한다. 높은 돌담에 파란색 주황색 낮은 지붕이 바닷가에 왔음이다.
향일암 주차장에 도착하자 좁은 골목길은 차들로 뒤엉켜 한참을 기다리게 했다.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차들에 조바심이 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도착은 했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리고 상가가 길게 이어진다. 갓김치를 홍보하고 한치와 홍합, 굴을 쪄서 판매한다. 내려오는 길 깻잎과 갓김치를 구매하고 홍합을 맥주 안주로 구매하였다.
입장료가 없어졌음에도 매표소에 관리자가 있다. 다들 매표소 앞으로 다가가자. 무료입장이라고 안내한다.
일주문은 수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그리고 해탈문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돌부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올랐다. 또한 눈 닫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을 버티란다. 그동안 골병나겠다.
해탈문은 따로 없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들어선다. 한 사람 겨우 지나가는 길이다. 어둡고 축축한 길에는 물도 떨어진다. 어둠을 지나고 밝음을 찾아오는 곳에 선계의 구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다. 각자의 음성으로 자신들을 과시하며 떠들고 있다. 경사진 경내는 좁은 경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좁은 길을 비집고 올라서야 한다. 조용히 관람을 바라지도 않지만 예의를 표했으면 한다. 사진밖에 남는 것이 없다며 셔터를 누른다.
피안의 장소를 찾아 위로 올라간다. 관음전으로 가는 길 또한 바위가 뒤엉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다. 스스로 낮춤으로 올라서서 해수관음상을 바라보고 바다를 바라볼 때 거친 숨을 내쉬며 올라오는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라며 큰소리친다. 그 소리에 아이는 야호~ 외친다. 미친. 하려다 묵음하고 마음의 수양을 하며 그 자리를 피해 내려온다.
바다를 바라본다. 수평선을 넘어 뭐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있어도 그만이다. 그저 멍때리며 바라보는 기쁨이 있다. 장의자에 걸터앉아 관음전을 바라보고 뒤돌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소원성취를 바라며 원효대사가 좌선했다는 바위 아래 시선은 바다를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동백나무에는 붉은 꽃이 피었다. 수줍게 엄지만한 꽃들이 간간이 피었다. 바다는 큰 요동도 없이 잔잔하다. 그 흔한 고깃배도 움직이지 않았다.
경내를 빠져나와 금오산으로 향했다. 전망 좋은 곳까지 400M라 계단을 타고 올랐다.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라가 수평선과 마주하였다. 바위의 단면은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다각형의 무늬가 도드라진다. 주상절리처럼 갈라진 표면에도 글자처럼 새겨졌다. 그래서 삼성각 아래 경전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같은 무늬가 그러했다.
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헝클어진다. 그 끝 너럭바위에 앉아 또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화태도를 이어 금오도에서 연도까지 다도해가 펼쳐진다. 바람에 땀이 식어가자 내려왔다.
찐빵을 파는 곳에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안주로 깻잎짱아치 와 갓김치를 내어주신다. 같이 주문한 어묵에 싸서 먹어보라고 한다. 새로운 조합에 깻잎짱아치를 구매하고 말았다. 그리고 찐빵까지 한 봉지 구매하여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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